"실외기 방향 바꿔"…폭염 속 신축상가-아파트 갈등

입력 2018-08-15 08:30
"실외기 방향 바꿔"…폭염 속 신축상가-아파트 갈등

주민 "열풍·소음 피해 클 것"…시행사 "아파트에 열풍 안 간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안 그래도 더운데 이웃집 에어컨 실외기가 내 집을 향해 열풍을 내뿜는다고 하면 누가 반기겠습니까."

신축 주상복합건물 상가동 옥상에 대형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해모로월드뷰 주민들에 따르면 올해 4월께 연수구 송도동 송도아메리칸타운 아이파크 상가동 옥상에 대형 에어컨 실외기 9대가 설치됐다.

이들 실외기는 각각 가로 3m, 세로 3m 크기로 상가동(연면적 1만3천652㎡) 지상 1∼2층 점포 113곳 등 에어컨에 연결돼 열기를 외부로 배출하게끔 설계됐다.

상가 건너편 아파트인 송도해모로월드뷰 주민들은 올해 10월 점포 입주가 시작된 후 매년 여름 실외기가 가동되면 열풍·소음 피해가 클 것이라며 수개월째 송도아메리칸타운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 A(43·여) 씨는 "실외기 열풍 배출구가 아파트 단지를 향하고 있어 열풍과 소음이 단지로 유입될 게 뻔하다"며 "실외기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 구역에는 놀이터와 노인정도 있어 아이·노인들의 건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실외기를 다른 위치로 이전하거나 방음벽을 설치해 열풍·소음을 차단해달라고 송도아메리칸타운 측에 요구하고 있다.

송도아메리칸타운 측은 그러나 열풍은 실외기로부터 8m까지 배출되다가 확산해 실외기에서 50∼60m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술적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송도아메리칸타운 공동주택·오피스텔 입주 예정자들도 실외기 위치를 바꾸면 열풍 배출구가 송도아메리칸타운 내부를 향하게 돼 피해가 예상된다며 송도해모로월드뷰 주민들의 요구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송도아메리칸타운 간 갈등이 심화하자 인천경제청은 최근 양측이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대형 에어컨 실외기에 대한 우려를 객관적이고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기관 등이 없어서 현재는 양측 간 기술적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실외기에 대한 관련 자료를 확보해 공유한 뒤 재차 협의 자리를 마련해 중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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