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흑두루미, 평화 '전도사'되나…남북 생태교류 관심
남북이 함께 흑두루미 서식지 보존 추진…'순천 프로젝트' 제안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순천만 흑두루미가 남북 평화의 전도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4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자연생태관 생태교실에서 열린 제14회 순천만 에코톡(eco-talk)에서는 남북 생태교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인철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회 분과위원장은 흑두루미 서식지 보존을 위해 남북이 함께 나설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의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나무를 심고 태양광 시설과 식량 증산을 위한 유기농 등을 지원하는 '순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흑두루미와 저어새 등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장비와 운용 기금을 지원하는 등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이 공동으로 습지생태 보고서를 만들고 생태도감을 발간하는 등 공동 연구와 자료 공유도 중요하다"며 "북한과 교류하는 NGO 단체와 학자들을 지원해 국제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북한 람사르습지를 모니터링해 온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도 "북한의 개발 압력이 가속하면 남한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파괴와 갈등을 되풀이할 수 있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행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10월 중순에 순천만을 찾아오는 2천여마리의 흑두루미는 이곳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3월 말쯤 북쪽으로 이동한다.
북한에서는 갯두루미라 불리는데 청천강 하구에 있는 문덕 철새보호구에 중간 기착해 몸을 풀었다가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순천만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려진 갯벌이었지만 행정당국과 시민의 노력으로 회생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다시 찾았다.
북한도 함남 안변평야에서 1990년대 식량난으로 두루미가 사라졌으나 국제두루미재단이 장비와 시설 등을 지원해 다시 찾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4월 국제두루미재단과 협약을 하고 북한과 두루미 서식지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5월에는 한반도 두루미류 보전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등 북한과 함께 두루미 복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기영 순천만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북측이 지난 5월에 170번째 람사르협약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7월에는 순천시 전역과 북한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며 "남북 생태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진 만큼 시민 주도로 아이디어를 모아 교류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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