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에 못쓰는 사과 주렁주렁…폭염·가뭄에 속타는 농민
경북 1천106㏊에서 사과, 수박, 포도 등 일소 피해, 생육 부진
"농사 13년 만에 이런 폭염·가뭄은 처음"…경북도 "피해 최소화" 안간힘
(안동=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곧 추석인데 폭염과 가뭄으로 사과 농사를 망쳐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14일 경북 안동시 북후면 월전리. 안동지역에서 사과 생산 최적지로 꼽는 이곳은 해발 300m 정도에 자리하고 있다.
1.5㏊ 크기의 한 사과밭에는 빽빽이 심은 나무마다 '여름 사과'로 불리는 홍로와 '가을 사과' 후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일소(日燒·햇볕 데임) 피해가 난 홍로가 대부분이다. 홍로는 9월을 전후해 수확한다.
매년 10∼11월 수확하는 후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금쯤이면 열매 전체가 초록색을 띠어야 하지만 일부는 강한 햇볕에 데 누렇게 변해 있었다.
농민들은 폭염으로 인한 일소 피해뿐 아니라 지속하는 가뭄 탓에 대부분 열매 굵기도 지난해보다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사과협회 안동지회 임영식 회장은 "사과 생산 최적지인 이곳 상황이 이런데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냐"며 "사과 농사 13년 만에 이런 폭염과 가뭄은 처음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과는 비가 내릴 때마다 굵어지는데 올해는 가뭄이 계속돼 수확을 앞둔 홍로가 굵지 않아 제수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상품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과, 수박, 포도 등 과일 수요가 많은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가뭄에 시달린 농민들은 "마땅히 내놓을 수확물이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불볕더위가 본격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경북에서는 20개 시·군 1천106.9㏊에서 작물이 바짝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는 피해가 났다.
안동에서는 주 생산품인 사과를 비롯해 고추, 생강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농민 황도기(59)씨는 "작년에는 7월 말에 잠깐 일소 피해가 났을 뿐 비도 많이 왔는데 올해는 6월 말에 장마가 일찍 끝나고 바로 폭염이 시작됐다. 비도 거의 오지 않았다"며 "사과 수확은 고사하고 나무부터 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영주에서는 수박, 인삼, 복숭아 등이 피해를 봤다. 일부 농가에서는 수박 속이 검게 변하고 물어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또 차광시설을 갖춘 인삼 재배농가에서도 잎이 마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잎이 마르는 현상이 지속하면 인삼 생육이 멈추고 최악에는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한창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도 예외는 아니다.
김천시 봉산면 태화3리의 경우 60여 농가 가운데 절반가량이 포도 열매가 나무에 매달린 채 말라죽는 피해가 났다고 한다.
태화3리 여봉길 이장은 "폭염·가뭄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농가도 작년보다 수확량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농민들은 "7월부터 한 달 이상 폭염·가뭄이 지속하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폭염 피해 경감재, 양수기 등을 일선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며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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