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까지 몰아낸 폭염…남해안 주의보 모두 해제(종합)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기록적인 폭염에 유해성 적조마저 기를 못 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4일 오후 4시를 기해 경남 남해군 마안도~전남 고흥군 염포 해역에 내려진 적조주의보를 해제했다.
이에 앞서 13일 오후에는 남해군 미조면 마안도~경남 거제시 지심도 해역의 주의보를 해제했다.
이로써 7월 24일 남해안에 내려진 적조주의보는 20일 만에 모두 해제됐다.
수산과학원은 자체 조사와 지자체 예찰 결과 지난 9일 이후 적조 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당분간 적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주의보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올해 적조는 발생 초기에는 소규모 띠를 이뤄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7월 하순부터 시작된 폭염 여파로 대량 증식을 하지 못했다.
최고 밀도는 ㎖당 1천 개체에도 못 미쳤다.
양식어류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1995년(3만 개체), 2003년(4만8천 개체), 2007년(3만2천500 개체), 2013년(3만4천800 개체)에는 최대 4만 개체를 넘었다.
현재까지 발생한 양식어류 피해는 경남 통영의 가두리양식장 2곳에서 말쥐치 2만5천여 마리가 폐사하는 데 그쳤다.
유해성 적조 생물 자체는 독성이 없지만, 점액질을 내뿜기 때문에 어류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으로 폐사하게 한다.
올해 적조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고수온 영향이 가장 크다.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23~27도의 수온에서 영양염류 등 환경이 맞으면 가장 왕성하게 증식한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남해안 수온은 27.9~28.7도까지 치솟았다. 코클로디니움에게 적합한 수온보다 2~3도나 높다.
장마가 일찍 끝나 육지의 영양염류 유입이 적은 것도 코클로디니움의 증식을 가로막았다.
적조가 대규모로 발생한 해에는 대체로 대마난류가 우리나라 연안 가까이 접근해 외해에서 코클로디니움이 대량 유입했지만, 올해는 7월 이후 대마난류의 세력이 강해 연안 쪽으로 접근하지 않고 제주도 아래 먼바다 쪽으로 비켜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예년 이맘때 남풍이 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동풍이 강하게 불어 적조 생물이 연안에 모이지 못하고 외해 쪽으로 흩어졌다.
적조는 수온, 염분 농도, 영양염류, 바람 등 다양한 기상 조건에 의해 규모와 확산 정도가 달라진다.
앞으로 태풍과 강우로 폭염 기세가 꺾여 수온이 떨어지고 육지에서 다량의 영양염류가 공급되는 등 환경이 바뀌면 적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1996년, 2009년, 2010년에는 가을에 접어든 9월이나 10월에 적조가 발생해 상당한 피해를 낸 바 있다.
수산과학원은 적조주의보를 모두 해제했지만 앞으로 수온 변화 등을 주시하면서 예찰을 계속하는 등 적조 재발에 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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