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쌍둥이 두고 가다니…" 순직 소방관 빈소에 조문행렬(종합)
늘 든든했던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16일 김포서 합동 영결식
(김포=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1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한 장례식장 2층.
한강 하류에서 구조 출동 중 소방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고(故) 오동진(37) 소방장과 심문규(37) 소방교의 빈소가 차려진 이 장례식장에는 오전부터 고인들의 순직을 안타까워하며 추모하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교대 근무가 끝나자마자 빈소로 달려온 동료 소방대원들은 헌화 분향을 하면서 고인을 추모했고, 일부 대원들은 슬픔에 잠긴 유족들과 인사하면서 작게 흐느끼기도 했다.
소방대원 예닐곱 명이 먼저 길을 떠난 동료 영정 앞에 분향을 하며 추모했다. 한 대원은 끝내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크게 울었다.
오 소방장과 함께 일했던 동료 대원은 "오 소방장은 연차가 높은데도 아래 직원들에게 한 번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같이 운동할 때면 다른 대원들 음료수까지 챙겨주고 빈 자리는 혼자 청소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유족들도 슬픔에 잠겨 오열했다.
심 소방교의 부인은 빈소에서 "나 어떡해…엄마 나 어떡해…나만 두고…"라며 오열했다.
심 소방교 부부는 2년 전 결혼해 생후 16개월 쌍둥이 아들을 뒀다. 넉 달 전 아들 돌을 치른 심 소방교는 새벽부터 일어나 아기 밥을 준비하고 출근하는 살가운 아빠였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사고가 난 날도 쌍둥이의 밥을 챙겨놓고 집을 나섰다고 했다.
심 소방교의 장모는 "내가 원양어선도 탔었는데 애들 돌보는 게 뭐 힘드냐면서 애기들을 끔찍하게 챙기고 집안일도 혼자서 다 했다"며 "어제 수색할 때까지만 해도 사위가 살아서만 돌아왔으면 했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심 소방교는 힘든 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대학원까지 다니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아내에겐 때때로 '사랑해, 내가 더 잘 할게'라는 편지를 써 주는 다정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함께 순직한 오 소방장 유족들도 빈소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미혼인 오 소방장은 효자였다. 지난해 11월까지 쭉 경기도 양평 수난구조대에서 일하다가 부모님이 사는 곳과 가까운 김포소방서 발령을 자청했다고 한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해 해군 학군(ROTC)으로 임관한 그는 해상 관련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소방관이기도 했다.
오 소방장의 한 대학 동기는 "문규는 2011년 해군 대위로 전역하기 전까지 정보사와 해군작전사 등 소속 전투함정에서 근무해 항해 관련 경험이 매우 많은 동기였다"며 "동기의 밝은 웃음을 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임용 동기인 오 소방장과 심 소방교는 지난 12일 오후 1시 33분께 "민간보트가 신곡 수중보에 걸려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함께 출동했다가 수난구조대 보트가 전복되면서 실종됐다.
수중보 인근 물살이 센 탓에 구조대 보트와 함께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소방당국은 판단했다. 이들은 모두 사고 발생 이틀째인 13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청은 구조 활동 중 순직한 이들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합동 영결식을 치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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