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마하티르, 17일 방중…'일대일로' 이탈 놓고 담판
"中주도 사업, 필요성이나 타당성 없어…중단 원한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오는 17일 중국을 방문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사업의 중단 여부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1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이달 17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 기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잇따라 회담을 하고 양국 간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쟁점은 중국 주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총선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마하티르 총리는 사업비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데다 수익성도 의심된다면서 중국 주도로 진행돼 온 인프라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중국이 사업비 550억 링깃(약 15조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돼 온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과 94억 링깃(약 2조6천억원) 규모의 송유관·천연가스관 사업은 이미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
이중 ECRL은 미국 해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도 중동의 원유를 중국으로 수송할 수 있는 통로여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여겨진다.
마하티르 총리는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두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으며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사업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수 없다면 필요성이 생길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기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면서 "말레이시아에도 이득이 되는 한 중국의 투자를 환영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중국은 지난달 말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말레이시아에 파견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이 발 빠르게 관계개선을 타진하고 나선 것도 말레이시아에 유리한 상황으로 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1천300만 달러(약 1천280억원)를 투입하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해 일대일로에 대한 맞불 놓기에 들어갔고, 이달 3일에는 마하티르 총리를 예방해 양국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는 전날 인터뷰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군함 파견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군함을 비롯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은 괜찮지만 (군함의) 고정 배치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공급되는 물의 가격이 너무 싸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싶다"고 밝혀 양국간 물값 분쟁 재점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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