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로 무역전쟁 극복한다지만…"오히려 침체 조짐"
가계 빚 급증·불안한 경제전망 등으로 소비 줄이는 분위기
"복지·의료 서비스 확충해 서민층 소득 늘려야" 지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무역전쟁을 겪는 중국이 내수 부양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하지만, 중국 내 소비는 오히려 침체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에 머물러 1분기 6.8%보다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실질소득 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아 6.6%에 그쳤으며, 2분기 도시 소비자 소비증가율은 고작 4.7%에 그쳤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내수 부양으로 극복하길 원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실망스러운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소비 진작을 원하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중국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하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지 조언하는 블로그나 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더 비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을 것이라는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10위안(약 1천600원) 미만의 저가 상품이 많은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불투명한 경기전망, 빈약한 복지 체계 등이 중국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을 덩달아 불러왔고, 원리금 대출에 허리가 휘는 중국 중산층은 소비에 쓸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은 26조 위안(약 4천300조원)에 달해 전체 가계부채의 5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에 달했지만, 가처분 소득은 9% 늘어나는 데 그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20%까지 올라섰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와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 등으로 하반기 경기전망은 상반기보다 더 어둡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봉이 26만 위안(약 4천300만원)에 달해 중국에서 고소득층에 속하는 금융인 선웨이핑 씨는 "한달에 1만1천 위안(약 180만원)씩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내야 하는데, 업황 악화로 올해 수입은 30% 줄었다"며 "유럽 여행 계획을 취소한 것은 물론 화면이 망가진 스마트폰도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빈약한 복지 체계도 소비 침체에 한몫하고 있다.
95%의 중국인은 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그 보장 범위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에 그쳐 암 등 중병에 걸릴 경우 그 치료비는 대부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체계도 아직 미비해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사적 연금 납입이나 저축에 힘써야 한다.
여기에 상하이종합지수가 올해 들어 15% 이상 하락할 정도로 침체된 주식시장과 위안화 약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 등도 소비 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베이징과 선전(深천<土+川>)에서 각각 가처분소득의 58%, 54%에 달하는 높은 주택 임차료도 소비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중타이증권의 리쉰레이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가계부채는 소비자 심리와 내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 확충에 힘쓰고, 인프라 투자 대신 교육, 의료 등 공공 서비스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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