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서 아들 유해 수습 러시아인 어머니…경찰 도움에 감사
광주 서부 경찰, 여관방서 숨진 러시아인 노동자 장례 지원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여관방에서 쓸쓸히 숨진 러시아인 노동자의 유해가 경찰 도움을 받아 어머니 품에 안겨 고향으로 돌아간다.
1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구 광천동 한 여관 객실에서 지난 7일 슬라브계 러시아인 A(21)씨가 심하게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A씨의 어머니 B(45)씨가 아들과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국에 머무는 지인에게 여관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한국 경찰에 알린 뒤 유해를 수습하고자 낯선 땅 광주로 왔다.
숨진 A씨는 B씨의 세 아들 가운데 장남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간다며 고향을 떠났고, 이달 1일 광주 한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는 소식을 전한 뒤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수시로 여관 근처 직업소개소에 나가 일자리를 찾은 A씨의 생애 마지막 행적을 파악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달 5일까지 딱 하루만 건설현장 일용직 자리를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룻밤에 1만5천원인 여관비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지난 3일에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계산했다.
A씨는 옷을 갈아입는 자세로 쓰러져 숨져있었는데 육안으로 관찰되는 타살 흔적은 없었다.
경찰이 여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니 A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여관방을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부검이 끝나고 나서 A씨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기로 했다.
식당에서 날품팔이하는 B씨는 아들 장례비로 한국 돈 200여만원을 어렵게 모아왔지만, 병원 영안실에 1주일가량 시신을 안치한 비용을 내기에도 부족했다.
경찰은 B씨의 처지가 딱해 병원 측과 협의해 비용을 조정했다.
여관에 남겨진 유품은 B씨가 항공편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겼다.
경찰은 이 밖에도 B씨가 광주에 도착한 뒤로 구청과 협의해 임시숙소를 제공하고, 통역인을 고용하는 등 이역만리에서 비명에 숨진 외국인 노동자의 어머니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날 오후 시신을 화장할 때는 러시아에 있는 A씨 형제들을 대신해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B씨는 "아들을 낯선 땅에서 잃고 큰 상실감에 빠졌는데 한국 경찰이 많은 도움을 줘서 큰 힘이 됐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