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병대 재판개입 의혹' 본격 수사…'전달책' 변호사 소환(종합)
통진당 지방의원 소송 두고 박병대·임종헌 지시 전달한 의혹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이 소송의 당사자는 물론, 박 전 처장 등의 '지시'를 일선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잇달아 조사하며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캐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015년 전북도의회 의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과 소송 대리인을 지난 9일 참고인으로 소환해 소송 경과를 조사했다.
이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의 뜻에 따라 소송을 심리하는 일선 법원 재판부에 선고기일 연기 등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법원의 자체조사 과정에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법원 자체 조사기구였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에서 "박 전 처장, 임 전 차장의 뜻에 따라 전주지법 방모 부장판사에게 '예정 선고기일인 9월16일은 국정감사 기간인 만큼 선고기일을 연기해주고, 인용이든 기각이든 의원 지위확인 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제 선고가 11월 25일로 연기되고 판결문에 '지방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고 적시된 점으로 미뤄 박 전 처장 등의 재판개입 시도가 사실상 실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의 당사자였던 이현숙 전 의원의 소송 대리인도 "아무런 설명 없이 선고기일이 연기됐고, 원고와 피고가 다투지도 않은 쟁점인 헌재와 법원의 권한 문제가 판결문에 나와 의아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소송 당시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일선 법원 재판부에 박 전 처장 등의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는 재판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심모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 총괄심의관이 전달자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오후 심 전 심의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법원 자체조사에서 이규진 전 위원이 내놓은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히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변호사인 심 전 심의관은 법원 자체조사 단계에서는 서면 조사를 받았다. 그는 해당 소송의 선고 결과에 대한 재판장의 심증까지 파악해 이 전 상임위원에게 전했고 같은 내용을 임 전 차장도 보고받은 것으로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났다.
다만 법원 자체조사에서는 이 전 상임위원이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의 '의중'을 사실상 동일한 비중으로 진술했는데도 보고서에는 임 전 차장만 언급돼 박 전 처장의 책임을 면해주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반면 법원 자체조사를 벌였던 특조단 관계자는 "이 전 상임위원은 '박 전 처장이 지시하였다'거나 심 전 심의관에게 박 전 처장의 뜻이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의 수사·재판 대응방안을 대신 세워준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해 경위를 수사 중이다.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판사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방어전략'이라는 문구와 함께 '의원실 직원들이 주고받은 돈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거나 공여자가 기업인인 점을 공략해 진술을 탄핵할 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변론 전략이 포함돼 있다. 유사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선고 결과를 열거하며 '형량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집행유예까지 나올 수 있다'는 재판 전망도 담겼다.
홍 의원은 문건이 작성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수입·지출 계좌를 통하지 않고 기업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선관위의 고발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혐의사실과 함께 돈을 건넨 기업인의 진술 변화까지 문건에 적혀 있는 점으로 미뤄 압수수색·통신 영장 등을 통해 수사상황을 들여다보고 작성한 문건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건을 작성한 서울중앙지법 A 판사는 이달 초 검찰 조사에서 "직접 쓰지 않은 부분이 포함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임 전 차장 등이 일부 내용을 덧붙인 뒤 국회 로비 용도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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