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뿐?…여성 지운 역사에 미래 없다"
광복절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 소개하는 콘텐츠·펀딩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남성과 달리 여성 독립운동가는 기억나는 이름이 유관순 열사밖에 없지 않나요? 우리는 더 많은 여성이 '위인'으로 호명되기를 바랍니다. 여성을 지운 역사에 미래는 없습니다."
제73주년 광복절(15일)을 앞두고 그간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국내 역사교육에서 충분히 조명을 받지 못했던 점을 공론화하고, 그들의 활동을 직접 소개하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돼 관심을 끈다.
14일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따르면 서울여대 학생 황희정(23)·김수정(22)·박민아(21)씨 등 3명은 '벗:다'라는 이름으로 텀블벅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지하철 광고 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소개 글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기억 나는 이름이 유관순 열사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교과서에서 다루는 독립운동가 중에 여성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 중심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역사를 제대로 읽고 보고 써야 한다"면서 "지하철에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는 광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현재 펀딩에 520여명이 참여해 약 730만원이 모였다. 이는 애초 목표로 잡은 모금액 50만원의 15배에 달하는 액수다.
'벗:다'의 황희정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독립운동을 주제로 토론하다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펀딩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단기간에 많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주려면 지하철 광고가 효율적이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강남 쪽 지하철역에 가면 성형외과 등 여성의 '꾸밈 노동' 관련 광고만 많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꾸밈 노동은 화장처럼 여성성을 바라는 사회적 요구 때문에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일을 가리킨다.
이들은 황에스더·김마리아 등 여성의 교육권 신장을 위해 힘썼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광고에 담을 계획이다.
황씨는 "여성에게 글자 교육조차 허락되지 않던 그 시기에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독립이 어떤 의미인지, 독립을 위해 여성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설파했던 여성 운동가들이 있었다"면서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담은 광고를 만들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펀딩 참여자들에게 발송하는 리워드(답례품)도 '여성의 교육'이라는 의미를 담아 안경집과 책갈피로 정했다. 페미니즘 관련 펀딩인데도 손거울·파우치 등 꾸밈 노동에 관련된 리워드를 제공하는 펀딩이 많은 점을 문제시한다는 뜻도 담았다.
황씨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 서사 속에 있다"면서 "이번 펀딩을 준비하면서 여성 독립운동 관련 기록물이 매우 부족하다는 문제를 알게 됐다. 이번 펀딩의 후속으로 소책자 등 기록물을 제작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역사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업체인 '우리일쌍'은 텀블벅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모양의 배지를 만드는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일쌍은 펀딩 소개 글에서 "일제강점기의 여성이라고 하면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돕고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아내의 모습을 많이들 떠올린다"며 "독립운동에는 남자·여자가 따로 있지 않았다. 유관순 열사 외에도 여성 독립운동가가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 지사, 한국독립당 창립 당원이었던 정정화 지사, 서로군정서 등에서 활동하며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기도 했던 남자현 의사, 광복군 대원이었던 지복영 지사 등 여성 독립운동가 4명을 형상화한 배지를 제작했다.
우리일쌍 관계자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보니 최대한 자료가 있는 네 분을 선정했다"면서 "수익금의 10%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며, 여성 독립운동가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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