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위기' 공포 아시아 금융시장 강타…주식·통화 급락(종합)

입력 2018-08-13 16:06
수정 2018-08-13 16:39
'터키 위기' 공포 아시아 금융시장 강타…주식·통화 급락(종합)

닛케이 2%·코스피 1.5% 하락

터키 리라 이어 유로·신흥시장 통화도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리라화 급락으로 확산된 터키 금융시장의 불안이 13일 아시아의 주식 및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은 대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이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1% 이상 급락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2% 떨어진 21,857.43에 장을 마쳤다. 토픽스지수는 2.1% 내려갔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1.4% 떨어졌다가 낙폭을 회복해 한국시각 오후 3시 32분 현재 0.3% 떨어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2% 내렸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5% 하락한 2,248.45로 마감해 1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과 터키의 갈등 악화 속에 리라화 가치가 지난주 20%나 떨어졌는데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공격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 10% 가까이 떨어졌다. 리라/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7.24리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투자자 불안 심리가 급격히 번질 것으로 우려했다.

터키발 공포로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스위스 프랑 같은 안전자산의 수요는 늘었다.

시장이 불안할 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의 가치는 이날 0.7% 올라 달러당 110.17엔 안팎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도 상승세를 탔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857%로 0.02% 포인트 낮아졌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대부분의 아시아와 신흥시장 통화는 하락세였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역내 시장에서는 0.4%, 역외 시장에서 0.3% 각각 떨어졌다.

호주 달러는 0.3% 내려갔다.

리라화 위기가 퍼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멕시코 페소 같은 신흥시장 통화도 타격을 입었다.

랜드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한때 10% 넘게 추락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페소화도 1.5% 내렸다.

한 트레이더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외환 보유액이 작고 해외부채는 많은 국가의 통화를 매도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인도 루피화도 환율이 달러당 69.62루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유로는 달러 대비 가치가 13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는 유로당 1.1376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유로는 안전자산인 엔화와 스위스 프랑에 비해서도 내렸다. 특히 엔화 대비로는 약 1%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유로존 은행들이 터키에 대한 대출이 많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다만 야마모토 마사푸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유럽 은행들의 터키에 대한 노출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면서 "유로존의 은행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루블화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터키에 금융위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외화 빚을 쌓은 터키가 두 자릿수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리라화 폭락까지 겹치는 등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리라화는 에르도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 및 터키-미국 간 관계 악화의 영향으로 올해 40% 넘게 내렸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케닝엄은 "5월에 시작된 리라화 폭락은 터키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 확실하며 은행 위기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자산과 유로화에 악재가 될 것이지만 광범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당국은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터키 중앙은행은 현지시각 13일 오전 "은행들이 필요한 만큼 유동성을 모두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은행들의 외화와 리라화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이후 달러당 7리라 안팎이었던 환율은 6.65리라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전날 에르도안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은 투자자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은행 감독 당국은 외화·리라화 스와프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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