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시마 '방호복 어린이' 동상 논란…"인식 나빠진다" 불만

입력 2018-08-13 08:52
日후쿠시마 '방호복 어린이' 동상 논란…"인식 나빠진다" 불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7년 전 대형 원전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福島)에 방호복을 입은 아이의 동상이 세워졌다가 논란 끝에 동상을 만든 조각가가 사과를 했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는 지난 3일 JR후쿠시마역에서 제막식을 열고 조각 작품 '선 차일드'를 설치했다.

높이 6.2m의 이 동상은 일본 현대미술가 야노베 겐지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만든 것으로, 방호복을 입은 아이가 헬멧을 벗어서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다.

방호복의 가슴 부분에는 방사선량 측정기가 붙어 있으며 '000'이라고 표시됐다. 조각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채 큰 눈으로 정면 위쪽을 응시하고 있다.

작가는 '원자력 재해가 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작품이라며 재해 복구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작품이 공개된 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과 함께 철거 요구가 쏟아졌다.

비판의 주된 내용은 자칫 '후쿠시마는 방호복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방사선량이 제로(0)가 아니면 헬멧을 벗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비판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작가가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야노베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불쾌한 생각을 하게 했다. '방사능'에 대한 지식의 정확성이 재해 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라는 것을 배려했어야 했다"면서 앞으로 동상을 어떻게 할지 시측과 논의하다고 밝혔다.

고하타 히로시(木幡浩) 후쿠시마시장은 트위터에 "현대 예술은 과학과 달리 추상화해서 표현한다"며 작가 편을 들었다.

후쿠시마현 해안부인 후타바군(雙葉郡)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난 2011년 3월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덮쳤었다. 이로 인해 핵연료가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대거 쏟아지는 사고가 났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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