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참사 1주년에 맥못춘 인종주의…'맞불집회' 美워싱턴 압도(종합)
NYT "백인우월 극우집회, 시작도 전에 끝나"…백악관 앞에 30명 모이는데 그쳐
백인우월주의 반대하는 '맞불집회' 참가자는 수천명에 달해 대조
경찰 격리·통제로 충돌사태 없어…트럼프, 별도입장 표명안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 "일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극우집회는 실제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난 것 같았다"(뉴욕타임스)
'샬러츠빌 유혈사태' 1주년인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일대는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단체와 이에 맞선 인종차별 반대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예고되면서 아침부터 긴장과 불안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양측의 세(勢) 대결은 극우단체 측 참가자들이 소수에 그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압도적 세우위를 과시하면서 별다른 충돌 없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집회는 갈수록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인종갈등의 그늘진 단면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과 CNN 방송,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작년 8월 샬러츠빌에서 '유나이트 더 라이트' 극우 집회를 주최한 제이슨 케슬러는 '유나이트 더 라이트 2'로 명명된 이번 워싱턴 집회 신청서에서 100∼400명이 참석할 전망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실제로 집회에 나온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수는 30여 명에 불과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집회를 주최한 제이슨 케슬러는 "백인의 민권 학대를 막기 위해 집회를 개최한다"고 말했으나,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 수천 명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맞불 집회 참가자들은 "나치는 집에 가라", "여기는 당신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쏟아내기도 했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의 워싱턴지부 대표인 마키아 그린은 "우리는 백인우월주의를 무시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악관에서 동쪽으로 100여m 떨어진 프리덤 플라자 광장에도 모여 음악과 춤 등 문화공연과 함께 집회를 열었다.
메릴랜드 프레데릭에서 온 케이틀린 무어(28)는 "인종주의는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편견과 증오가 넘쳐나는 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슬러를 비롯한 극우집회 참석자들은 포기 보텀 역에서 라파예트 스퀘어까지 1.5㎞ 구간을 행진했으나, 집회 장소인 라파예트 광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5시께 비와 천둥 소리가 들리자 하얀색 승합차를 나눠타고 쏜살같이 해산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와 통제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2명이 단순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고 CNN이 전했다.
경찰은 사전에 광장 중앙에 바리케이드와 장벽을 쌓아 양측 집회 참가자들을 좌우로 갈라놓았다. 또 이날 오후에는 백악관 주변 주요 도로를 일제히 막고 차량 통행을 차단했다.
경찰은 수십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사방에서 에워싸고 함께 행진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주변과 철저히 격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적 행동을 비난한다"고 밝혔으나, 이날은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샬러츠빌 사태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맞불 집회 시위대를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8월 12일 샬러츠빌에서는 남부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항의하는 백인우월주의 집회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려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시위 도중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반대 진영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해 헤더 헤이어(32)가 숨졌다.
이날 오전 샬러츠빌에는 반(反) 인종주의와 진보 성향 군중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묵념을 하는 등 헤이어를 추모했다.
헤이어의 모친 수전 브로도 딸이 숨진 곳을 방문해 "우리의 도시와 나라에 커다란 인종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그때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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