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는 특수지위 바다"…러시아 등 연안국, 활용원칙 합의(종합)
5개 연안국 정상 협약문 조인…"수역 대부분 공유, 해저자원은 분할"
이란 "육지에 둘러싸인 카스피해는 호수" vs 3개국 "명칭에 드러나듯 바다"
20여년 논의 끝 합의…'가장 적게 챙긴' 이란 "세부 논의 남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석유·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된 카스피해 권리를 나누는 기준이 될 '카스피해 법적 지위' 논쟁이 20여년만에 일단락됐다.
아제르바이잔, 이란, 카자흐스탄,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이 12일(아스타나 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를 열어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에 관한 협약에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주최국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스피해 지위에 관한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었다고 인정된다"면서 합의 도출을 반겼다.
옛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후 카스피해를 둘러싼 5개국은 해상 경계를 놓고 충돌했다.
육지에 둘러싸인 카스피해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각각 500억배럴과 8조4천억㎥로 추산된다. 최고급 '벨루가 캐비어'의 산지이기도 하다.
카스피해를 '바다'로 볼지 '호수'로 볼지에 따라 적용되는 국제 법규·기준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각국 사이 경계가 달라지므로 당사국은 카스피해의 지위를 놓고 지난한 논쟁을 이어왔다.
이란은 카스피해가 법적으로 '호수'라고 주장하며, 호수를 공유하는 국가 사이에 적용되는 원칙대로 5개국이 동등하게 권리를 배분하거나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3개국은 명칭에 명백히 드러나듯 카스피해는 역사적으로 바다였다며 이에 반대했다.
다섯 정상은 약 22년에 걸친 논의로 도출된 '역사적 합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합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안선으로부터 15해리까지 영해로, 다음 10해리까지 배타적 조업수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카스피해를 기본적으로 '바다'로 규정하면서도, 세부 조항에서 '특수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협상을 주도한 러시아 대통령실은 카스피해 대부분이 공동 이용 수역으로 관리되고, 해저 자원은 각국에 분할된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5개국 가운데 이란에 돌아간 몫이 가장 적다며 이번 협상의 패자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그러나 이번 합의가 법적 지위에 관한 합의일 뿐, 구체적인 권리 조정과 경계 확정은 더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협약을 "주요한 문서"라 부르면서, 카스피해를 둘러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카스피해 활동에 관해 그간 부재한 기본적인 틀을 세웠다"면서 "추가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또 카스피해 자원의 권리는 연안 5개국에만 귀속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협약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합의"라면서 당사국 사이에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자고 촉구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