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에 강남 아파트 매수세 주춤…비투기지역은 '후끈'
은마·잠실5 등 '선도 단지', 정부 조사에 문의 줄어…중개업소도 철시
동작·동대문·은평구 등 비투기지역은 매물난 속 상승 지속…"규제 촉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고은지 기자 = "정부가 단속을 한다니 일단 문을 닫았어요. 어차피 가격이 많이 올라 이달 들어 거래도, 매수 문의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었는데, 과열된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려나 모르겠네요. 매물도 별로 없지만 매수세도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내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한창 손님이 몰려들 지난 주말, 이 일대 중개업소는 일제히 문을 걸어 잠갔다.
물론 밖에서 휴대폰을 통한 전화 영업은 계속했지만, 이달 초 이곳 중개업소들이 단체 여름 휴가를 다녀온 이후 또다시 '휴업 아닌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거래가 몰리고 가격도 한달 새 1억∼2억원 이상 급등하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더불어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권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 6월 말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여기며 매수자들이 붙기 시작해 최근 한달 새 실거래가가 2억원 이상 뛰었다.
이 아파트 112㎡의 경우 지난 6월 15억5천5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8억5천만원까지 오른 뒤 지난주 들어 일단 상승세를 멈췄다.
가격이 올해 초 최고 시세인 19억원에 육박하자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 20억원을 넘었던 119㎡는 19억5천만원까지 회복되고 거래가 주춤하다"며 "가격이 전고점까지 상승할 조짐을 보인 데다 정부가 추가 대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추격 매수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 "단속 피하자" 가격 선도 단지들 거래 주춤…다른 단지로 상승 확산 조짐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서 시작된 국토교통부·서울시 합동 중개업소 단속이 확대되면서 서울 시내 곳곳의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용산구 일대는 정부 단속이 시작된 이후 일제히 공식 영업을 중단했다. 신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7일 이후 다 문을 닫고 거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남구 대치동·개포동·압구정동, 서초구 반포·잠원동 등지의 중개업소들은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정부 단속반과의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계약서를 쓰다 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작정하고 들여다보면 꼬투리 잡힐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문제 될 만한 거래는 없었지만 (단속으로) 괜히 피곤해질까 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이 시작되면서 최근 거래가 많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등 일명 '가격 선도' 단지들은 거래와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해졌다. 정부가 주택매매자금 조달계획과 입주 계획, 불법·편법 증여 등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움찔하는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거래 가능한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가격이 뛰면서 매수자들도 추격 매수를 망설이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말까지도 별로 문의가 없던 나머지 단지들이 뒤늦게 호가가 뛰는 모양새다. 가격 상승을 선도했던 단지들의 호가가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으로 매수세가 몰린다.
현재 이주가 한창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1단지 43㎡는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늘자 16억6천만원에 나와 있던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16억7천만∼16억8천만원으로 1천만∼2천만원 올랐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은 지난달 말까지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다른 데서 가격이 올라서인지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부쩍 늘고 호가도 오르고 있다"며 "이곳은 10년 이상 장기 보유 매물만 팔 수 있어 매물이 많지 않고 거래도 없었는데 이달 들어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역시 이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강동구 둔춘동 둔촌 주공아파트는 최근 거래가 늘면서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떨어졌던 가격이 다시 전고점을 회복됐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강세다.
지난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된 한신3차·경남 아파트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112㎡ 입주 가능한 조합원 지분은 24억∼25억원에 달한다.
일반 아파트도 마찬가지여서 반포 래미안아파트 113㎡는 최근 25억원에 거래됐다. 2∼3개월 전보다 2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여의도·용산이 들썩이고 대치 은마·잠실 주공5단지 등이 팔리기 시작하더니 이쪽으로 상승세가 번졌다"며 "과거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나 홀로 아파트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 비투기지역 여전히 강세…"매물 없어 못팔아"
이달 말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작구·동대문구·서대문구·종로구 등지는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기지역 지정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도 여전히 매물은 씨가 말랐고 호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4월 이후 다소 잠잠하던 흑석9구역 등 뉴타운 일대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며 "대기 수요도 있는데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이문동, 장위동 일대는 재개발·뉴타운 호재로 여전히 강세다.
이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지역 지정 소문이 있지만 여전히 뜨겁다"며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실수요, 투자수요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해서 집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평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착공과 신분당선 연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은평구의 아파트값은 0.28%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은평구 녹번동 현대2차, 진관동 은평뉴타운상림2단지롯데캐슬, 은평뉴타운우물골위브 등이 500만∼2천만원 상승했다.
은평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평구의 경우 지난달 집값 상승률은 투기지역 지정 요건을 못 채웠지만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이러다 여기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며 "서울 어디든 호재만 있으면 가격이 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기지역 지정으로 대출이 줄어들까 봐 서둘러 집을 구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귀띔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가구당 1건으로 강화돼 이미 대출이 있는 경우 추가 대출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종로구 경희궁 자이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강북도 집값이 많이 올라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기 때문에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결국 돈 없는 수요자들만 대출을 못 받아 피해를 본다"며 "돈이 있는 사람은 관계없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집 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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