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정국 불확실성 확산…룰라 출마 문제로 긴장 고조

입력 2018-08-12 09:12
브라질 대선정국 불확실성 확산…룰라 출마 문제로 긴장 고조

농민단체 회원 5천여명 브라질리아까지 거리투쟁…일부는 12일째 단식 농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부패혐의로 수감돼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출마 문제를 놓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농민단체인 '토지 없는 농촌 노동자운동(MST)' 회원들은 11일(현지시간)부터 룰라 전 대통령의 석방과 대선 출마 허용을 촉구하며 수도 브라질리아를 향해 행진하는 거리투쟁에 나섰다.

5천여 명의 MST 회원들은 3개 그룹으로 나뉘어 브라질리아에서 50∼60㎞가량 떨어진 3개 지점에 모여 각각 행진을 시작했으며, 연방선거법원 대선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브라질리아에 집결할 예정이다.



MST 관계자는 행진하는 동안 여러 차례 대중집회를 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참여하면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리아에서는 MST 회원 7명이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라며 이날까지 12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의료진과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MST는 오랜 기간 좌파 노동자당(PT)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농민단체로, 지난 2002년과 2006년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룰라 전 대통령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방선거법원은 부패·비리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령인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를 적용해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10년에 만들어진 '피샤 림파'는 형사 범죄로 처벌을 받았거나 처벌을 피하려고 공직을 사퇴한 사실이 인정되는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했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과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정·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가 좌절되면 좌파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아다지 전 시장으로 후보를 교체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당은 또 브라질공산당(PC do B) 등 3개 좌파 정당의 지지를 확보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하지 못하면 브라질공산당에서 부통령 후보를 내기로 합의했다.

대선 1차 투표는 10월 7일이며,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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