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의 석방 문제에 발목 잡힌 터키 경제
美 "석방 때까지 한발씩 쏜다" 옥죌 조치 경고
터키 대통령 "새 친구 찾을 수도" NYT 기고로 맞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과의 갈등으로 통화 가치가 올해 40% 추락하는 등 위기에 몰린 터키 경제가 한 미국인의 운명과 얽혀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미국인은 간첩으로 지목받고 터키에 오랫동안 붙잡혀있는 목사 앤드루 브런슨이다.
브런슨을 놓고 몇 달간 벌인 협상이 물거품이 되자 트럼프 정부는 터키를 더욱 옥죌 조치들을 고안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에 대해 "매일 총알 한 발씩"(a bullet a da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 관리들은 터키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피해를 억제하는 방법은 브런슨의 지체 없는 석방이라고 터키 측에 거듭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였다. 이처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장중 18% 넘게 추락했다가 14% 하락으로 마감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들어 40% 하락했다.
브런슨은 터키에서 2개의 테러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2016년 10월 터키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은 브런슨이 받는 혐의가 엉터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브런슨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복음주의자들에게 우선순위가 됐다.
브런슨은 간첩 활동과 테러 단체 지원, 이슬람교도를 개종시키려 한 행위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됐다. 터키는 지난달 25일 브런슨을 교도소에서 석방하고 가택 연금했는데 이는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미국 측은 브런슨을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은 것에 반발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터키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소네르 차압타이는 가택연금이 결정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브런슨이 풀려나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는 터키에 추가 제재를 포함한 더 강경한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고문에서 미국이 터키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수십 년간의 동맹인 미국이 터키에 대해 일방주의적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의 이익과 안보만 침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르도안은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터키와의 관계가 불균형적이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터키도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터키는 "새로운 친구와 동맹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터키에서 한 연설에서는 "경제전쟁"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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