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조르고 뺨 맞는 일 다반사"…폭행·폭언에 몸살 난 경찰(종합)
솜방망이 처벌에 경찰 내부 불만, "상습범 가중처벌 강화" 요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들이 취객의 폭언과 폭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1일 경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올 3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 거리에서는 승용차 시동을 켜놓은 채 운전석에 앉아있던 40대 남성이 순찰하던 경찰관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광진경찰서 자양파출소 소속 박모 순경은 이 차량을 발견하고서 운전자가 술을 마셨는지를 파악하려고 다가섰다. 박 순경이 술을 마셨느냐고 묻자 운전자는 다짜고짜 박 순경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 남성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34%로 측정됐다.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한참 넘어선 만취 상태였다.
그는 이 상태에서 2㎞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고,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더해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식당에서는 음식값을 내지 않고 소란을 피우던 50대 남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했다.
이 남성은 식당 주인에게 욕설하고 이를 말리는 다른 손님에게는 소리를 질러댔다. 현장에 도착한 강동경찰서 둔촌파출소 이모 경위는 이 남성에게 집에 돌아가라고 권했으나 그는 오히려 이 경위의 뺨을 때리고 가슴을 밀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 남성은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올 2월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택시비를 내지 않고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이던 60대 남성이 경찰관을 때렸다가 법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이 취객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다 보니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6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 등이 나서 경찰과 소방관, 해경 등 이른바 '제복공무원'의 적법한 공무 수행을 존중해 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제복공무원이 현장에서 이유 없는 반말·욕설 등 일부 국민의 분노 표출과 갑질 행위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청은 지난달 경찰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하고자 테이저건이나 권총 등 진압용 장비 사용 매뉴얼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경북 영양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공무집행 중인 경찰을 폭언·폭행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5∼2017년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다 검거된 사람은 4만2천752명에 이르지만, 가해자는 훈방되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게시판에는 '경찰관을 폭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너무 만만하게 본다' 등의 하소연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지구대장은 "현장에서 경찰관은 사실상 폭언·폭행에 무방비로 당한다"며 "상습적으로 경찰을 때리는 사람도 많아 가중처벌을 강화하는 등 경찰 인권을 보호할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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