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경수와 대질서 일부진술 번복…'댓글공모' 새 주장도(종합)

입력 2018-08-11 15:38
드루킹, 김경수와 대질서 일부진술 번복…'댓글공모' 새 주장도(종합)

드루킹 "2016년 9월 김 지사에게 이미 '댓글기계 필요성' 설명" 주장

특검, 이르면 내일 김경수-드루킹 소개한 송인배 靑비서관 소환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것은 제가 작성한 문건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문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드루킹' 김동원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익범 특별검사팀 영상녹화조사실에 울려 퍼졌다. 자신의 진술이 스스로 쓴 문건의 내용과 배치되자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이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진행한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신문에서는 이처럼 드루킹이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질 조사에서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어떤 식으로 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김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모씨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청탁 시점도 기존에 알려진 2017년 6월 7일보다 늦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특검은 드루킹이 그해 12월 14일 작성한 문건을 제시하며 설명을 요구했다. 문건에는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바둑이'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칭하는 은어다.

이 문건을 읽은 드루킹은 자신의 직전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자 한동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문건"이라며 잡아떼기도 했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가 문건에 잘못 기재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사실상 진술과 문건 양쪽의 신빙성이 모두 흔들린 것이다.

제목이 없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경과가 담겼다. 일본이 2018년 침몰하기 때문에 오사카 총영사를 통해 재일교포와 일본 기업을 북한 개성공단으로 이주시키자는 계획 등도 적혔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한 뒤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특검 측은 "김 지사에게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거듭 캐물었지만 드루킹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특검은 그간 이 돈을 김 지사의 격려금이자 댓글조작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단서로 여겼다. 김 지사는 "100만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반면 드루킹은 댓글조작을 김 지사가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의심케 하는 또 다른 정황을 대질 과정에서 새로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을 인지하게 된 시점으로 의심하는 때는 이른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고 드루킹 측에서 주장하는 2016년 11월 8일이다. 이에 앞선 2016년 9월 28일에 김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처음 찾았는데, 당시에 이미 드루킹은 댓글조작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김 지사에게 했다는 드루킹의 주장이 비교적 상세한 정황 설명과 함께 제기됐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2016년 9월 28일 느릅나무 출판사를 처음 찾았을 당시 이미 불법 댓글조작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얘기를 건넸다고 대질에서 주장했다.

드루킹은 9월 28일 당시 빔프로젝터를 벽에 쏴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소개한 뒤 "옛 한나라당이 2007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우리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김 지사에게 말했다고 대질 과정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부터 댓글조작 프로그램의 도입 필요성을 김 지사에게 건의했다는 취지다.

또 당시 김 지사에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경공모 회원 500명을 동원하거나 당시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상주 인원 2명을 보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출판사를 찾아 경공모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뿐 불법 댓글조작이나 대권후보 경선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45일여간의 조사에서 드루킹의 진술에 일부 허점이 발견된 만큼 그의 입에 의존해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간 확보한 물증으로도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대질 조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조만간 김 지사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특검은 양측 진술이 모순되는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드루킹의 공범 '서유기' 박모씨를 조사했다.

한편, 특검은 이르면 12일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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