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소설' 2편 출간
김숨 작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증언 토대로 집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소설가 김숨(44)이 올해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에 맞춰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소설 2편을 펴낸다.
김복동(92) 할머니의 증언으로 구성한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현대문학 펴냄)와 길원옥(90)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한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현대문학)는 증언들을 서사시 형식의 독백으로 재구성한 소설들이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구술한 할머니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됐다.
김복동 할머니는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고, 길원옥 할머니도 빠르게 과거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 그의 삶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의 제안이 이번 소설의 시작점이 됐다.
작가는 지난 반 년간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수시로 방문해 할머니들에게 묻고, 듣고, 기록했다.
"처음 찾아뵌 날, (김복동) 할머니는 항암 약을 드시고 홀로 누워 싸우고 계셨습니다. 자신의 육체와 영혼과 기억과…. 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일까, 가장 그리운 것은…. 사랑은 해보셨을까,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인간에 대해서는…"
할머니들이 어렵게 꺼내놓은 증언들은 서사시의 형식을 빌려 나열됐다. 집회 현장의 확성기를 통해 전달되던 '구체적 증언'과는 또 다른 힘을 지닌 '시적 증언'이다.
"진실로 내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진실로/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형제도 나를 이해 못 하는데 누가 나를 이해하겠어/형제도 못 믿는 내가 누구를 믿겠어/슬픔이 아름다운 거라네/아름다운 거라서/내가 평생 놓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나봐/전생을 알고 나서 받아들였어, 내 운명을/전생이 아니고는 이해할 길이 없었어/"('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중)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마저 군인들을 당해내야 했던 그 날은 "누가 들어오네"란 짧고 잔인한 말로 대체되고, 만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 남동생이 "누나, 빨리 갔다 와!"라고 외친 기억은 소설 속에서 돌림 노래처럼 반복된다.
할머니들의 증언은 결국 기억의 재생산이고, 이는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이 돼야 한다고 '시적으로' 촉구한다.
"말들의 돌림 노래는 텍스트를 뚫고 나와 소설을 읽고 기억하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할머니의 말은 작품 밖에서도 존재하는 가능성으로서의 텍스트가 된다. 이 텍스트 위에 기억의 공동체가 세워진다." (박혜진,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작품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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