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인재 발굴 실험 '파이오니어'가 떴다
매달 전 세계 젊은이 대상 '온라인 아이디어 토너먼트'
상위 성적자에 상금과 실리콘밸리 견학 특전…'기회의 격차' 없애겠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잠재력 있는 젊은이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창출해 낼 수 있었던 아이디어와 부를 잃게 되는 우리가 모두 피해자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Y 컴비네이터의 파트너 대니얼 그로스(27)가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인 '파이오니어 실험 펀드'를 9일 출범시켰다.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는 매달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응시자들은 매주 자신의 아이디어를 업데이트하고 맨 마지막에 응시자들이 다른 응시자의 아이디어에 투표하게 된다.
주최 측인 파이오니어는 인문학, 예술, 다양성, 경제학, 음악,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멘토 역할을 할 전문가 집단을 꾸렸다. 이들도 각 프로젝트에 점수를 매기는 데 전문가 집단의 투표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렇게 해서 매달 상위 점수를 받은 사람이 리더보드에 공개된다. 상위권에 든 사람에게는 5천 달러(560만 원)의 상금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수 있는 비행기 표가 제공된다. 1주일여간 실리콘밸리에 머물면서 자신들이 관심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고 멘토링도 받는다.
한 마디로 인터넷 시대의 도구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크라우드소싱'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발굴해 내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창안한 그로스는 "재능과 야심,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검색엔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 실리콘밸리의 천재 창업가들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면, 이 프로젝트는 우연을 최대한 줄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세계 곳곳의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른바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그로스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이 프로젝트의 영감을 얻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군대 예비학교에 다니던 18세 때 Y 컴비네이터에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그의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져 실리콘밸리로 향하면서 그의 생은 바뀌었다.
21세 때인 2013년 애플이 그가 창업한 예측 검색 스타트업 '큐'를 인수해 애플의 부서로 편입시켰고 그로스는 4년을 애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자신을 발굴해준 Y 컴비네이터에 합류했다.
파이오니어 펀드의 전문가 그룹 일원으로 참여한 수명 연장 프로젝트 전문가 로라 데밍(24)도 그로스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정규 학교 교육이 아닌 '홈스쿨링'을 하던 그녀는 12세 때 생명연장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분야의 전문가인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신시아 케니언 교수에게 수차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메일로 보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 랩의 초청장을 받아낸 데밍은 2년 후 14살 때 MIT에 입학했다가 2년여 뒤 중퇴한 뒤 생명연장 기술 전문 투자회사인 '장수' 펀드를 설립했다. 그녀의 펀드는 지금까지 2천700만 달러의 기금을 끌어들였다.
데밍은 "내 경험으로 볼 때 당신을 격려하고 성공을 향한 다른 길을 제시할 롤 모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이 실험펀드의 처음은 작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해에는 매달 6∼12명을 선정할 예정이며 나중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수백 명으로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첫해 비용은 온라인 금융 스타트업인 스트라이프와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이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위스콘신의 시골 마을 출신인 마크 앤드리슨 역시 22살 때 최초의 성공적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를 공동창업했던 인물이다.
kn020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