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70년 이어온 광복절 특별한 체육대회

입력 2018-08-12 07:00
'올해도 어김없이'…70년 이어온 광복절 특별한 체육대회

광복절에 열리는 해남 화산면의 특별한 '면민의 날'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해마다 광복절이면 전남 해남군 화산면 주민들은 바쁜 일손을 접고 한자리에 모인다.

1945년 해방 이후 이어져 오는 광복기념 면민 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8월 15일 아침이면 주민들은 화산초등학교에 모여 면민의 날 기념식을 하고 체육대회 등을 함께하며 특별한 광복절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화산면만의 광복기념 체육대회는 해방 다음 해부터 면 체육회를 중심으로 고천암에서 마을별 축구대회를 개최하던 행사에서 유래됐다.

광복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 8·15 때면 함께 모여 기념식을 하고 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대회를 열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와 1968년 큰 가뭄이 들었던 두 차례를 제외하고 거른 적이 없는 전통의 체육대회는 70∼80년대 까지만 해도 42개 마을에서 50여 개의 축구팀이 출전할 정도로 면민들의 열기가 높았다.

또 '명절 때는 못 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각지의 향우까지 고향 방문의 계기로 삼을 만큼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한여름 체육대회에는 우여곡절도 많아 민선 자치가 시작되던 시기에는 관내 모든 면민의 날을 4월 1일로 통일시키는 안이 통과되자, 면민과 향우들의 반대 끝에 주민 설문조사까지 하며 원래의 날짜를 지켜낸 사연도 있다.

이런 광복절 행사에 대한 면민들의 각별한 애정은 면민 개인에서부터 향우들까지 십시일반 행사비용을 보태고, 행사 준비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민이 주도해 치러내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위가 유난한 올해도 얼음물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등 향우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수 화산면체육회 회장은 12일 "주민들이 주축이 돼 수십 년 이어온 광복절 행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촌 인구가 줄면서 체육대회 규모가 줄고 출전 선수들은 고령화되었지만,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는 그 날의 감격을 함께하는 것은 우리 고장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해남군 화산면은 14일 면민 노래자랑 등으로 구성된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에는 면민과 향우 1천여 명이 참여하는 광복절 기념 화산면민의 날 및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chog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