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거부할까봐…"볼턴, 나토 선언문 살리려고 물밑작업"
NYT "트럼프가 회의장 도착하기도 전에 선언문 사전완성 요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 서명을 거부한 것과 달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의 선언문 채택에 동의한 것은 미 국가안보 관료들의 물밑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날 공동선언 서명을 거부하고, 주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으면서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 11~12일 벨기에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곧이어 열리는 나토정상회의 역시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서 '한 회원국이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핵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해 회원국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내용 등이 담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까지 열어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매우 굳건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둘 수 있던 것은 미 관리들의 계획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라고 다른 회원국 대사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수주 전인 지난 6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케이 베일리 허치슨 나토주재 미국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로 출발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나토 공동합의문을 완성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7월 4일 회원국 대사들을 소집하고 현지시각으로 6일 밤 10시까지 관련 작업을 완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G7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본 회원국 대사들은 곧바로 동의했다. NATO 정상회의 때마다 연출되는 내분 따위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도 G7과 같은 사태를 피하고, 각국 정상들이 회의장에 도착하기 전 나토 합의문을 완성하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유럽의 고위 관리들은 전했다.
이런 사전 물밑 작업 끝에 회원국들은 정작 정상회의가 개최됐을 때 큰 마찰 없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반대에도 마케도니아의 가입을 가승인했으며 원활한 병력 이동을 위해 미국 노퍽에 사령부를 추가 설치하고, 공동의 군사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30일 이내 기계화대대 30개, 비행편대 30개, 준투함 30척을 마련하는 '30-30-30-30안' 추인에 합의했다.
제이미 시어 나토 사무부총장은 이번 나토 선언문에 대해 동맹이 수년간 내놓은 것 중 "가장 실질적"이라고 호평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군장관을 지낸 데버러 리 제임스도 "합의문을 읽어보고, 그 안에 들어간 작업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아는 한 가장 알찬 나토 정상회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 파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나토 정상회의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는 동맹과 대서양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30-30-30-30안' 승인은 매티스 장관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미 국방부는 위협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적합하고 빠르게 대응하려면 이 안이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을 완결시키기 위해 서둘러 책략을 동원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반감에 대비해 중요하고도 오랜 국제 동맹관계를 지키려는 최고위급 인사들의 노력을 방증한다고 유럽 외교관들과 미 관료들은 말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