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석탄반입 '수입업체 일탈' 결론…제재이행 구멍막기 숙제(종합)

입력 2018-08-10 15:58
수정 2018-08-10 17:22
北석탄반입 '수입업체 일탈' 결론…제재이행 구멍막기 숙제(종합)

제3국 환적까지 全과정에 韓업자 관여…제재이행 모범국 이미지 손상

북한 석탄 유통구조 파악·정부 부처 간 공조체제 강화 등 필요성 대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건과 관련, 정부가 10일 우리 측 수입업체 3곳과 업자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관세청의 결론은 한국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물품의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형식으로 북한산 석탄을 받아 한국으로 반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서의 환적 방식으로 원산지를 속인 혐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수입업자들이 북한산인 줄 알았는지를 넘어 북한산 석탄의 '국적 세탁'을 포함한 불법 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판단이었다.

3개 법인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반입한 북한산 석탄과 선철의 규모는 3만5천38t이고, 금액은 66억 원 상당이라고 관세청은 발표했다.



도입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북한산 석탄이 한국 업자의 주도로, 한국 땅에 들어왔다는 점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결국, 안보리 결의 이행의 모범국임을 자부해온 한국에서 이 같은 업체의 일탈이 발생한 사실과 이를 관계 당국이 막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혐의가 드러난 수입업체들의 북한산 석탄 최종 반입이 이뤄진 지 10개월이 지나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후속 대응도 신속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4월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수정해 지난달 다시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온 사실이 적시되고, 그 내용이 지난달 중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라면 논란이 이 정도로 확산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일로 인해 안보리 결의 이행의 구멍이 확인된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우리 정부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가 있는 업자의 처벌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의지를 보여준 측면이 있지만,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및 유통을 실효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의 이행의 '구멍'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북한산 석탄의 유통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미국의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국내에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관세청·해경과 정보당국 등 간의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과 함께 '안보리 결의이행법' 또는 '비확산(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및 관련 물자와 기술 등의 불법적 개발 또는 이전을 막는 것) 기본법' 제정 등의 법적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주로 우회 수출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원산지와 관계없이 국내로 들어오는 전 물량을 조사하고, 불법 행위에 자주 동원되는 선박의 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반 사실이 드러난 업자는 엄벌하고, 관여된 선박에 대해서는 국내 입항을 금지하거나 억류하는 등의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재발 방지 대책에 언급,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 등을 통해 우범 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 시 관계기관 합동 검색, 출항 시까지 집중 감시 등을 할 것"이라며 "우범 선박공급자·수입자가 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를 강화하고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즉시 수사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비핵화 논의의 교착 상황에서 대북제재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 맥락에서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북한산 석탄 수입업체와 그 석탄을 사다 쓴 발전업체 등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2차 제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인 테드 포(공화·텍사스) 의원이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도 세컨더리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한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우리 기업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과 관련한 미 행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결국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미국 독자제재 대상에 올림으로써 해당 기업을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미국과 거래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에 담긴 '경고 메시지'다.

미국은 아직 전면적인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대북 거래에 관여한 중국·러시아 등의 기업을 독자제재 명단에 올리는 형식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조치를 선별적으로 취해왔다.

실제 지난 3일 미국 정부가 중국에 있는 법인인 단둥중성인더스트리 앤 트레이드, 러시아 금융기관인 아그로소유즈 상업은행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물론 그 기업 소속 국가의 대외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칼을 빼 들 때는 단순한 개별 위반 사례만 보지 않고, 특정 국가의 불성실한 통제에 광범위한 위반이 이뤄지는지 등을 감안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이 9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한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산 석탄 밀반입 연루 확인 시 한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부과' 가능성에 대해 "어떠어떠한 조건이 된다면 그런 것이지, 지금 미국 정부가 우리한테 세컨더리 제재나 이런 것(을 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업자를 처벌하는 수순에 돌입하는 등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와 관련한 한미 공조도 긴밀한 터에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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