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충실히 소명…특검이 공정한 답 내놓을 차례"
20시간 걸친 2차 조사 끝 귀가…특검, 신병방향 검토
김경수-드루킹 '킹크랩 시연회' 참관 여부 등 3시간여 대질하기도
15일 남은 특검, 남은 기간 靑 송인배·백원우 등 조사 방침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두 번째 특검 조사를 마치고 10일 새벽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 25분 특검에 출석한 김 지사는 약 20시간이 지난 이 날 오전 5시 20분께 드루킹과의 대질신문 및 조서 검토를 모두 마친 뒤 특검 건물에서 나왔다.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난 김 지사는 "저는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하게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거나 드루킹과 인사청탁을 주고받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입장이 바뀐 것 전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저는 경남으로 내려가서 도정에 전념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 귀가 현장에는 지지자들과 시위대가 모여 밤새 구호를 외치는 등 소란을 빚었다.
김 지사는 대기하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뒤따라온 시위자가 김 지사의 옷을 거세게 잡아 끄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시연을 보고 사용을 승인했다고 본다.
또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 총영사직을 대가로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18시간여에 걸친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특검은 시간상 신문을 다 마치지 못했다며 그를 3일 만에 다시 출석시켰다.
이번에도 오후 10시께까지 조사를 받은 김 지사는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드루킹과 대질신문을 하기도 했다.
이는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월 드루킹이 의원회관을 찾아가 그를 만난지 약 6개월만의 대면이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오후 8시께 출판사를 찾아와 킹크랩 시연을 지켜보고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김 지사는 당일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드루킹이 킹크랩과 같은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보여준 기억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수뇌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의 '설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어느 쪽이 진술의 신빙성을 유지하는지를 가늠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수사 기간을 15일 남긴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의 진술을 세밀히 분석한 뒤 신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특검의 지난 45일간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반면에 김 지사는 전날 포토라인에서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등 특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특검은 김 지사에 이어 드루킹과 접점이 있는 청와대 인사들을 상대로 막판 수사력을 집중해 드루킹의 영향력이 여권 어느 선까지 미쳤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특검은 2016년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오는 11일께 참고인으로 소환해 그가 양측을 이어준 경위를 캐물을 방침이다.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그의 최측근 도모 변호사를 올해 3월 면접차 면담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특검의 수사 경과가 대통령 결정 사안인 '특검 수사 기간 30일 연장'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