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문과 잡지로 연구한 모던 경성의 시각문화
한국근대미술 시각이미지 총서 3권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26년 창간한 대중잡지 '별건곤'에는 이듬해 '모던걸 모던보이 대논평'이 실렸다.
논평 저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도포를 벗어버리고 양복을 입는다고 근대아(近代兒)라는 것도 아니고, 양복을 벗고 남루를 입는다고 근대아도 아니다"라면서도 모던보이는 '남체여안(男體女顔)의 사나이', 즉 얼굴이 잘생긴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근대미술사 연구자인 김지혜 고희동미술자료관 학예사는 "당시 잡지와 신문은 의상은 물론 구두와 가방 등 유행 아이템을 예측해 기사로 내보내며 소비를 부추겼다"며 "여자는 양장을 하지 않으면 모던걸 축에 못 끼는 시대였다"고 평가한다.
한국미술연구소 한국근대시각문화연구팀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펴낸 신간 한국근대미술 시각이미지 총서는 일제강점기에 이처럼 급변한 문화상을 옛날 신문과 잡지로 분석한 책이다.
모던 경성의 시각문화를 중심 주제로 삼아 1권은 관중, 2권은 창작, 3권은 일상을 다뤘다. 각각 연구 논문 4∼5편을 싣고, 관련 기사와 광고를 수록했다.
1권은 공공 관람을 뜻하는 '공람'과 관중이 출현한 과정, 미술관·쇼윈도·영화관이 탄생한 배경을 조명한다.
2권은 미술가 육성을 담당한 강습소, 미술계 등용문인 공모전, 작품을 생산하는 공간인 아틀리에를 살피고, 3권은 대중매체가 들어오면서 변화한 일상생활을 추적한다.
홍선표 한국미술연구소 이사장은 서문에서 "시각문화는 '모던'과의 만남을 촉진하고 근대 사회와 문화, 예술을 만들고 이루는 촉매로 기능했는데, 그 중심이 경성이었다"며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조선이 서화시대에서 미술시대로 전환한 과정을 파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국미술연구소. 각권 300∼310쪽. 각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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