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용 닭 훔쳐 잡아먹었다면…청소년 모의재판 판결은?

입력 2018-08-09 15:56
관찰용 닭 훔쳐 잡아먹었다면…청소년 모의재판 판결은?

부산가정법원 전국 최초 소년재판 경연대회 개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A군은 단지 닭이 운다는 이유로 학습관찰용 닭 2마리를 절취해 훼손했습니다. 재산권과 생명권에 대한 보호소년의 인식은 일반인과 비교해 현저히 낮습니다. A군에게 1년간 단기 보호관찰 처분과 생명존중교육 30시간 수강을 명령합니다."

휴정기인 9일 오후 부산가정법원이 주최한 제1회 청소년 모의재판 경연대회가 열린 부산법원 301호 대법정은 참관인으로 가득 찼다.



재판장 법복을 입고 앳된 얼굴을 한 고등학생이 소년보호재판에 나온 보호소년(일반 재판의 피고인에 해당)에게 준엄한 판결을 내렸다.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 인근 초등학교 관찰 학습장에서 닭 2마리를 훔쳐 친구와 잡아먹은 혐의로 소년재판에 회부된 A군은 판결에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중고등학생이 형사사건을 모의재판으로 진행한 적은 있지만, 소년보호재판 전 과정을 직접 역할을 나누고 시나리오를 짜서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이 비행사건을 모의재판으로 다뤄보고 판결 결과까지 스스로 도출해보면서 청소년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처방법을 모색하며 사법절차도 이해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 취지다.

시나리오 심사를 거쳐 결선에 뽑힌 부산여고, 반여고, 남일고, 학산여고, 중앙여고, 국제외고 등 6개팀은 법정 경위, 피고인, 변호인, 판사, 참여관, 실무관 등 모든 재판 구성원을 도맡아 사전에 치밀하게 짠 시나리오대로 재판을 이끌어나갔다.

이들은 한자로 된 법정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해 참관인들은 마치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부산가정법원 선임부장판사 등 심사위원 6명은 대본 충실도, 재판 진행 적정성, 표현 능력, 팀워크·관객 반응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대상 1팀(상금 70만원), 금상 2팀(50만원), 은상 3팀(30만원)을 가릴 예정이다.

이호철 부산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전국 법원 중 처음 시도되는 이번 경연은 단순히 소년보호재판 심리에 참여해 판사에게 보호처분 의견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모든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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