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학생시위 취재 언론인, 고문·폭행 당해"

입력 2018-08-09 13:49
수정 2018-08-09 15:05
"방글라데시 학생시위 취재 언론인, 고문·폭행 당해"

SNS에 자료 올리고 체포된 사진기자 "구금 뒤 고문당해"

"기자 20여명 폭행피해…경찰·정체불명 집단, 학생 무차별 진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언론통제가 심한 방글라데시에서 학생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고문과 구타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방글라데시의 저명한 사진기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샤히둘 알람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친정부 성향 단체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알람이 시위진압 영상 등을 페이스북 등에 올린 직후 20여 명의 경찰관이 그의 집으로 들이닥쳤고 알람은 구금됐다.

알람은 이후 "구금상태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 자유에 어둠이 내린 날"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I) 등도 알람을 즉시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방글라데시 고등법원은 알람의 몸 상태를 병원에서 점검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8일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알람은 입원이 필요없다는 병원 판단에 따라 다시 구금됐다.

이와 관련, 하사눌 하크 이누 방글라데시 공보부 장관은 "언론은 자유롭지만 때로는 언론인이 희생된다"며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누 장관은 알람이 고문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겠다. 그런 일을 한 경찰이 있다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등지에서는 고등학생 수천명이 도로교통안전을 요구하며 열흘가량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10대 학생 두 명이 과속 버스에 치여 사망하자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어 SNS에 이 소식이 퍼지면서 열악한 교통환경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는 전체 학생 시위로 확산했다.

시위과정에서 일부 학생은 통행하는 버스와 승용차들을 세워 운전기사가 면허증이 있는지, 차량상태가 양호한지를 검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카 등 주요 도시 교통이 마비됐고 일부 차량도 불탔다.



경찰은 이들 10대를 향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복 차림의 세력까지 나서 학생들을 무력 진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람 등 언론인들은 이들이 정부와 연관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주로 오토바이 헬멧을 쓴 정체불명 세력은 학생과 언론인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에는 미국 대사가 탄 차량이 공격받기도 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20여명의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경찰과 사복 집단의 구타를 당했다.

AP통신도 자사 사진기자가 다쳤다고 보도했다.

언론검열이 심한 방글라데시에서 현지 언론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에는 참혹하게 폭행당한 학생들의 사진이 게시됐다.



방글라데시의 한 교민은 연합뉴스에 "정부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지난 4일까지 두 명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다만, 대학생까지 가담하며 거칠어지던 시위 양상은 8일부터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가면서 전국의 교통상황은 나아졌다"며 "새로운 폭력사태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지난 2일 전국에 임시휴교령을 내리는 한편 버스 운전자면허증 관리와 교통단속 강화 등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시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로이터 영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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