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 티파니 "멤버들 덕에 미국서 도전, 당당하게 해낼게요"
SM 떠나 미국서 새 삶…'티파니 영'으로 첫 싱글 '오버 마이 스킨' 발표
연기학교 다니며 오디션…"소녀시대, 언제든 뭉칠 수 있단 믿음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5일은 걸그룹 소녀시대 데뷔 11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날 멤버들의 단체 채팅방은 시끌시끌했다. 예전 앨범을 들었다는 얘기부터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넘쳐났다.
"평소에도 시끌시끌하지만, 며칠 전 기념일이어서 '단톡방'이 폭발한 상태였어요. 하하하~. 그런데 한 멤버가 이런 말을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린 더 끈끈해진다, 그렇지?'. 이 말처럼 가족이 필요한 시기에 가족이 되어준 멤버들,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제가 큰마음을 먹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녀시대 티파니(본명 황미영·29)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경은 명쾌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이 마무리되자 미국으로 떠났다. 로스앤젤레스의 연기 학교에 다니면서 영화와 드라마 등 작품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지난 6월에는 레이블 트랜스페어런트 아츠 등과 손잡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솔로 싱글 '오버 마이 스킨'(Over My Skin)을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티파니를 최근 국제 전화로 만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그는 15살에 보아처럼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수를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왔다. SM에서 3년간의 연습생 생활 끝에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해 K팝 대표 걸그룹 멤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는 20대를 온전히 쏟아 이룬 인기에 머물지 않고 오래 품은 또 다른 꿈을 위해 새 길로 들어섰다.
그는 "다시 연습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웃음에선 특유의 '반달' 눈웃음이 그려졌다.
"할리우드를 꿈꾸며 연기 학교에 다니는데 1학년을 마쳤어요. 오전에 학교 다니고 저녁에는 스튜디오에서 연습하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안무도 따로 배워요. 지난 1~3월에는 오디션을 열심히 보러 다녔고요. 영화 '라라랜드'의 배우 지망생 '미아'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아요."
그는 연기와 음악의 상호작용을 잘 알기에 가수로서 음악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작사·작곡에 열을 올렸고,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티파니 영'이란 활동명으로 자작곡 '오버 마이 스킨'을 내놓았다.
솔로 활동의 신호탄인 '오버 마이 스킨'은 1990년대 R&B 사운드를 가미한 팝으로 티파니의 볼륨감 있는 보컬이 각인되는 노래다. '살결 위'란 제목에서 관능적인 느낌도 있지만,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쿨'하게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티파니가 눈을 내놓은 채 투명 비닐에 싸여 있는 재킷 디자인이 암시하는 바다.
"여름을 맞이해 선보인 곡이어서 한마디로 당당하고 뜨거운 곡이에요. 이 곡에선 제가 좋아한 K팝의 요소와 팝의 요소를 한꺼번에 아우르고 싶었죠. K팝을 사랑해서 한국에 갔고, 팝도 사랑해서 지금 이곳에서 꿈을 꾸고 있는 양쪽의 감정을 담는 것이 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 곡이 소녀시대-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의 '트윙클'(Twinkle)과 악기 구성 등에서 비슷한 사운드라며 "30대의 '트윙클'이라고 해야 할까요?"라고 빗댔다.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는 긴 흰색 셔츠를 입고 브라스 연주자들을 배경으로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현지 활동은 신곡을 내면 음악 방송 프로모션에 나서는 국내 시스템과 많이 다르다.
그는 "라디오가 중요해서 하나씩 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 휴스턴 라디오에서 나오니 꿈만 같다. 또 롤링스톤과 빌보드 등 제가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잡지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저도 모든 게 새롭다"고 말했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생각보다 미국 50개 주는 너무 넓다"고 웃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차로 8시간이 걸리죠. 이 넓은 땅, 50개 주 라디오에서 제 노래가 나오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한번은 멤버들에게 '오늘도 눈물, 콧물 다 쏟고 힘들었어'라고 말하자 윤아가 '언니가 하고 싶은 거잖아요. 힘내요'라고 응원해줬어요. '소녀시대를 생각하면서 파이팅 해야지'란 마음에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요."
티파니의 답변에선 내내 소녀시대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믿기지 않게 막내 서현이가 벌써 (한국 나이로) 28살"이라며 "말하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 멤버(티파니, 수영, 서현)의 회사가 달라졌어도 우린 언제든 소녀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라며 "2015년부터는 따로 또 같이하면서 '모이자!' 하면 모였던 것 같다. 언제든 뭉칠 수 있다는 자유와 믿음이 있기에 고맙고 행복하다. 학창 시절부터 만난 우리여서, 친구이자 자매여서, 소녀시대는 내 집이자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의지할 수 있는 멤버들이 있어 지금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그는 다음 스텝도 씩씩하게 밟아나가 보려 한다.
"이번 싱글이 마무리되면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곡 작업을 하려고요. 만들어둔 곡도 많고요. 가을에 아시아 팬미팅도 열 계획인데 그즈음 더 좋은 소식도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또 "메시지가 강한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를 감동적으로 봤다"며 "아직은 꿈이지만, 그런 멋진 작품에 출연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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