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높이뛰기 우상혁 "다크호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입력 2018-08-09 07:24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우상혁 "다크호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의 실패…이젠 터질 때가 된 것 같다"

세계 일인자 바심, 부상으로 불참…AG 남자 높이뛰기 金 경쟁 심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22·서천군청)은 "제가 다크호스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육상은 내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상혁에게 동메달 이상을 기대한다. 금메달 후보로 꼽는 이도 있다.

2017년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힌 높이뛰기 일인자 무타즈 에사 바심(26·카타르)은 발목 부상 탓에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않는다. 바심은 올해 세계 랭킹 1위다. 아시아에서는 경쟁자조차 없는 압도적인 1위다.

바심의 이름을 지우고 나면,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우상혁도 당당히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우상혁은 시즌 최고 2m28로 2018년 아시아 랭킹 공동 6위다.

2m40의 바심의 뒤를 2m33을 뛴 마지드 가잘(시리아)이 잇는다. 왕위(중국)와 도베 나오토(일본)가 2m32, 테자스윈 샹카르(인도)가 2m29로 우상혁에 조금 앞선다. 리후프웨이(말레이시아)의 시즌 최고 기록은 우상혁과 같다.

우상혁은 "바심을 빼면 기록이 비슷하다. 경기 당일 몸 상태에 따라 메달 색이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자만하지 않지만, 자신감은 넘친다.

우상혁은 "시즌 최고 기록은 내가 조금 떨어지지만, 평균 기록은 나도 뒤지지 않는다"며 "올 시즌에 몸 상태를 정말 잘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한 번 터지는 날이 있지 않겠나. 아시안게임이 '터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우상혁은 훈련 때 2m20을 쉽게 넘는다. 최근에는 훈련 때 2m25를 넘었다.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 열리는 8월 30일에는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우상혁은 "내 개인 최고 기록이 2m30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려면 2m32는 넘어야 한다"며 "예전에는 '아직 나는 한국기록(2m34, 1997년 이진택)을 넘어설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젠 한국기록에 도전할 때가 됐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기록과 비슷한 높이를 뛴다면 더 힘을 얻어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혁은 나이에 비해 많은 국제 경험을 쌓았다.

주니어 대표 시절에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불리기도 했다. 우상혁은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세계주니어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2m24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성인 메이저 무대에서는 실패도 경험했다.

우상혁은 기준 기록을 넘기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 나섰다. 리우올림픽에서는 2m26,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2m22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실패하면서도 배웠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선 건 큰 자산"이라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고 했다.



사실 우상혁은 이미 높은 벽을 한 번 넘어섰다. 그는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큰 사고를 겪고도 우상혁은 "구름발인 왼발을 다쳤으면 높이뛰기 선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천운(天運)이다"라며 "어린 시절 나를 높이뛰기로 이끈 윤종형 감독님이 지금도 내 곁에 계신다. 그것도 천운이다"라고 웃었다.

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작은 편인 1m88㎝의 키를 두고도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우상혁은 "나는 경기를 치르는 걸 좋아한다. 빨리 아시안게임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을 기대했다.

우상혁은 28일 높이뛰기 예선을 치르고, 30일 결선에 나선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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