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미수 '후폭풍'…전 국회의장 체포 명령

입력 2018-08-09 06:49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미수 '후폭풍'…전 국회의장 체포 명령

대법원, 구금된 다른 야당의원 기소 명령…제헌의회, 의원 2명 면책특권 박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 이후 주요 우파 야권 인사들의 체포가 잇따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야권 간의 해묵은 정치적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8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드론 폭탄 암살 기도에 관여한 혐의로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 의원에 대한 체포명령을 내렸다고 국영 VTV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대법원은 보르헤스 의원이 대중 선동, 모국 반역, 대통령 암살 기도 등 극악무도한 범죄에 개입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한때 우파가 장악한 국회의 의장직을 지낸 보르헤스는 현재 망명해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전날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대법원은 또 전날 밤 자택에서 긴급 체포한 반정부 학생 지도자 출신인 후안 레케센스 의원에 대한 기소도 명령했다.

친 마두로 성향의 최고 헌법기관인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도 이날 현직 의원으로서 불체포 특권이 있는 보르헤스와 레케센스의 특권을 박탈하기 위한 안건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드론 암살 기도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잇단 야권 유력 인사의 체포와 면책특권 박탈은 마두로 대통령이 암살 기도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야권을 향한 탄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야권의 우려가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방송에 나와 최근 발생한 암살 미수사건에 보르헤스와 레케센스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는 이미 체포된 6명의 용의자 중 일부가 범행 모의에 필요한 자금을 댄 인물로 보르헤스를 지목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던 중 드론(무인기)이 연단 근처 공중에서 폭발하자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았다.

마두로는 암살 기도 사건 후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과 결탁한 우익 세력들이 베네수엘라의 반체제 조직과 공모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콜롬비아에 관련 용의자들의 신병을 자국에 인도하도록 압박해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마두로 정권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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