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문화계 이념 논란…프리다 칼로 전시회로 불똥

입력 2018-08-08 22:50
헝가리 문화계 이념 논란…프리다 칼로 전시회로 불똥

우파 매체 "공산주의 홍보…빌리 엘리엇 뮤지컬은 동성애 조장"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프리다 칼로 전시회는 공산주의를 홍보하고 있다"

그림만큼 강렬했던 삶으로 유명한 멕시코 출신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전시회가 헝가리에서 공산주의 홍보전으로 때아닌 비판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파 민족주의, 반난민을 앞세운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올 4월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뒤 친정부 매체들은 문화 예술계에서 좌파 자유주의 예술가들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헝가리 우파 매체 마자르 이두크는 지난달 14일 '국가 예산으로 공산주의를 홍보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칼로의 전시회를 포함한 다른 전시회들과 예술가들을 공격했다.

이 매체는 "믿기 어렵겠지만, 트로츠키가 부다페스트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프리다 칼로의 침대를 통해서다"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1929년 소련에서 추방된 트로츠키는 칼로의 남편 리베라의 주선으로 멕시코로 망명했을 때 칼로와 잠시 만남을 유지했지만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멕시코 공산당에 가입했던 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의 사진으로 침대를 장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자르 이두크지는 '멕시코 공산주의자 화가'의 전시회에 심미적인 고민은 없다고 혹평했지만 매일 평균 3천여 명의 관람객이 칼로의 그림을 보기 위해 헝가리 국립미술관을 찾고 있다.

칼로의 그림은 멕시코에서 국보로 지정돼 있다.



이 신문은 지난 6월에도 헝가리 국립오페라단 뮤지컬 빌리 엘리엇이 젊은 관객들 사이에 동성애를 퍼뜨린다는 객원 평론가의 글을 싣기도 했다.

헝가리 국립오페라단은 6∼7월 총 44회로 예정했던 공연 중 15회를 취소했다.

오페라단은 언론에서 벌어진 논쟁 때문에 공연을 취소한 게 아니며 관객들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화 예술 이념 논쟁에서 오르반 총리는 우파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난달 28일 연설에서 문화 예술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다며 그의 선거 승리는 (문화 예술의) 새 시대를 건설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난민을 '독(毒)'이라 부르며 유럽 기독교 민족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 그는 주요 매체들을 측근에게 넘겨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파 정치 평론가인 타마쉬 프리츠는 "자유주의 예술을 파괴하려는 게 아니다. 그 가치를 지키면서 우파의 보수적 정치 지배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라며 "보수적 문화는 자신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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