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농장 이주노동자들의 절규…"우리는 노예 아냐…착취 그만"
2건의 교통사고로 외국인 노동자 16명 사망 직후 항의 시위 분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에서 최근 이틀 새 2건의 교통사고로 농장에서 날품팔이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1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나, 이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이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가 일어난 남부 풀리아 주에서는 8일(현지시간) 외국인 노동자들 상당수가 일손을 놓고 동료들의 황망한 죽음에 항의하고, 외국인 농장 노동자들에 대한 만연한 착취에 반발하는 시위를 펼쳤다.
주로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노동자 수백 명은 이날 산세베로의 토마토 농장부터 이번 교통사고가 일어난 도시인 포지아까지 행진하며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착취는 그만" 등의 구호를 목이 터지라 외치며 절규했다.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고 돌아가던 중 타고 가던 승합차가 전복되며 비명횡사한 동료들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한 데 모인 이들은 토마토 수확 도중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평소 쓰는 붉은색 야구모자를 일제히 쓰고 행진에 나섰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지난 4일 토마토 수확을 마치고 귀가하던 이주노동자들을 태운 차량이 토마토를 적재한 트럭과 충돌하며 아프리카 이주노동자 4명이 숨지고, 또 다른 4명이 다쳤다.
이틀 뒤인 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 유럽연합(EU) 바깥 지역 출신의 이주노동자 12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토마토 산지로 유명한 포지아는 수확 철인 여름이면 수천 명의 아프리카, 동유럽 이주노동자들이 몰려와 날품팔이를 하는 실정이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들의 농간으로 인해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거대 노동조합 CGIL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농장 노동자들은 토마토 등을 수확할 때 370㎏ 중량을 채워야 고작 3유로(약 4천원) 가량을 손에 넣을 만큼 심각한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CGIL은 또 보고서에서 악덕 고용주의 착취에 노출된 농장 노동자가 43만 명에 달하고, 전체 농장 노동자의 39%는 불법으로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모두를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7일 이주노동자들이 숨진 교통사고 현장을 방문해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포지아 일대의 마피아 근절에 나설 것"이라며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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