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통령, 北 리용호 외무상 만나 "미국은 믿을 수 없다" 강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대통령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리 외무상에게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이은 제재 복원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지금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의무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믿을 수 없고 신뢰가 낮은 나라로 인식된다. 그것은 미 행정부가 최근 수년간 보인 언행 탓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우방끼리 관계를 발전시키고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며 "이란과 북한은 수십 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앞으로도 모든 분야에서 견고한 협력 관계가 깊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이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서 "양국은 언제나 중요한 국제적 사안에 관점이 비슷했고 서로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에 북한과 이란의 우호를 부각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것은 국제적 법과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화답했다고 이란 대통령실은 전했다.
그는 로하니 대통령에 이어 이날 오후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과 회담한 뒤 북한으로 돌아간다.
앞서 리 외무상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첫 날인 7일 테헤란을 방문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이란 정부는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합의문을 찢어버릴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방문이 리 외무상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첫날 리 외무상이 테헤란을 찾은 데 대해 반미 성향의 현지 보수 매체 타스님뉴스는 8일 "그의 이란 방문은 북미 협상으로 우방인 이란과 북한 사이가 멀어진다는 주장에 맞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 시점에서 리 외무상이 이란을 찾은 것은 북한의 외교 정책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주적이라는 점을 보이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이라는 상자에 계란을 모두 담지 않고 외교 정책의 균형을 잡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협상 과정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고위급 관리를 이란에 보낸 것은 미국에 대한 조롱이자 향후 협상에 대한 경고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과 2년여간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한 이란의 경험을 북한이 듣기 위해 리 외무상이 방문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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