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앞 北창건일, 그리고 유엔 총회…'교착' 북미협상 어디로
北美 비핵화 리스트-종전선언 대립 속 돌파구 마련 가능성도
트럼프, 폼페이오 방북 제안…9·9절 앞둔 北전향적 조치 예상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과 미국의 '대타협' 후속작업이 기로에 선 듯하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6∼7일 방북 협의 이후 비핵화 신고·사찰과 종전선언 맞대결로, 협상이 말 그대로 교착 상태다. 서로 판을 깨려는 의지는 없어 보이지만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핵심 사안에 대해 서로 양보하라는 기 싸움이 길어지는 형국이다.
외견상 실무선에선 팽팽한 힘 대결이 이뤄지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친서 외교'를 지속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북미 두 정상이 의지만 있다면 '톱 다운' 방식으로 다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가에서 9월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노선으로 바꾼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계기로 뭔가 '성과'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속마음은 급해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전쟁 일촉즉발 분위기의 한반도를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바꿔놓고도 미국 내 반(反) 트럼프 정서로 인해 부정적인 대북 기류가 형성된 탓에 비핵화의 성과를 더 얻어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어낸 뒤 9월 유엔 총회에 초청하려 한다는 관측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협상 교착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측이 적어도 9월에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북한 당국이 폼페이오 방북 협의 직후 미국을 겨냥해 종전선언 포문을 연 것이야말로,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절박한' 행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경제총력 노선을 선언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거두도록 강요당한 북한 군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그 대안으로 종전선언이 필요할 뿐더러 경제를 살려 민생을 돌보겠다는 약속이 9·9절 전에는 인민에게 성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첫날 신년사 육성연설을 통해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면서 70주년 9·9절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한 바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달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에서 "올해 9월에 맞이하게 되는 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에 다른 나라들이 고위급대표단을 보내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과 같은 극히 온당치 못한 움직임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작금의 북미협상 흐름에서 북한으로선 9·9절이 큰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 대립 국면에서도 북한이 독자적인 비핵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상황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소식통은 8일 "김 위원장 입장에서 외빈들을 대거 참석시킨 가운데, 9·9절을 성대하게 치러냄으로써 자신의 치적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을 것"이라며 "9·9절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북미 관계에서 모종의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진척을 보인다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7일(현지시간)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이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하게 할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 트럼프 미 행정부도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행정부 주도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지침이 마련됐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비핵화 리스트와 종전선언 요구가 맞선 상황에서 북미가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해법없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중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대해 미국은 사실상 대북 군사옵션을 포기하라는 반응을 보이나, 작금의 북한의 상황을 보면 종전선언이라는 잠정적인 대북체제안전보장이 있어야 비핵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북미 양측이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애초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했던 우리 정부가 8월 또는 9월로 당기는 걸 고민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미가 종전선언과 핵 신고·사찰을 동시에 하거나, 둘을 시차를 두고 하는 방안도 대안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종전선언과 바꿀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중재 외교를 해야할 때"라며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종전선언을 연결하는 방안 등을 우리 정부가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수석 연구위원은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위한 북미 간 접촉은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문화 및 스포츠교류,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등 북미정상공동성명에 포함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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