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탁구 정영식, 삭발하고 야구방망이 든 까닭은?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의지 표현…손목 힘 기르려 특별훈련
(진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탁구 남자 국가대표팀의 대들보 정영식(26·미래에셋대우)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가 누구보다 특별하다.
호주오픈에 출전했다가 귀국한 정영식이 지난달 3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때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났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메달 사냥을 향한 강한 의지를 삭발로 표현한 것이다.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8일 진천선수촌에서 남자대표팀 훈련을 지휘하면서 "(정)영식이가 선수촌 입촌 당일 삭발한 채 오륜관에 들어서는 걸 보고 스님이 오신 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린 뒤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영식은 매일 오전 훈련이 시작되기 직전 체육관 바닥에 앉아 야구방망이를 들고 특별훈련을 한다. 앉아있는 모습이 참석하는 스님을 똑 닮아 선수촌 안에서 '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구방망이를 선택한 이유는 손목의 힘을 키우는 훈련 재료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정영식은 "저는 다른 선수들보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드라이브와 스매싱을 많이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밴드나 고무공 등을 사용하다가 900g 정도의 방망이로 바꿨다"면서 "손목 힘이 좋아져 특별훈련 효과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삭발한 정영식이 야구방망이로 훈련하는 이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싶어서다.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단체전 은메달과 남자복식 동메달을 각각 땄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 선발전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만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 이유다.
정영식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이 쌓였고, 열심히는 하지만 금메달과 인연은 없었다"면서 "이번에는 과정 못지않게 좋은 결과도 얻고 싶다. 단식이든 단체전이든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단체전 멤버로 뛰고, 단식에는 이상수(28·국군체육부대)와 함께 출전한다.
그는 "단체전에서는 김택수 감독님이 선수로 뛰었던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서고 싶다"면서 "단식에서는 중국의 판젠둥 등과의 대결에서 과감한 공격으로 꼭 정상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선수촌 안에서도 '스님' 대접을 받는다. 대표팀 동료나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만날 때마다 합장하는 모습을 하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는 "고교 때 삭발을 한 적이 있지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내가 하고 싶어 머리를 깎았기 때문에 놀려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 출국 전에 머리가 많이 자라면 한 번 더 삭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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