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재난 르포] 강에 초록 물감 담아놓은 듯…식수원 관리 비상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상류에서 유입된 녹조로 부산 낙동강 하류 녹조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낙동강변을 향해 만들어진 친수공원 광장에서 본 강물에는 녹조 알갱이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관찰됐다.
빽빽한 수초로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정체된 구간에서는 초록 물감 담아놓는 듯 녹조가 범벅된 모습도 보였다.
장경준 자연보호 사상구협의회 지부장은 "7월부터 녹조가 시작됐는데 지금은 녹조가 매우 선명하고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녹조에서 좋지 않은 냄새도 나 운동하는 시민들이 얼굴을 찌푸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낙동강 하류 곳곳에 만들어진 북구 화명 생태공원이나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대에서도 관찰된다.
그나마 물이 흐르는 본류는 상황이 덜하지만, 서낙동강이나 지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부산 시민의 먹는 물을 취수하는 낙동강 매리, 물금 취수장 주변에도 녹조 급증하며 부산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기준 물금 취수장장에는 남조류 알갱이가 4만7천430 cell/㎖, 매리 취수장은 7만6천500 cell/㎖이 나왔다.
이는 지난달 31일 기준 물금 취수장에는 남조류 알갱이 7천686 cell/㎖, 매리 취수장 8천856 cell/㎖ 보다 몇배 증가한 것이다.
낙동강 하류는 중·상류와 달리 환경부가 관리하는 조류경보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지만, 조류경보제 기준으로 봤을 때 '관심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된 것이다.
조류경보는 남조류가 1천 cell/㎖ 이상일 때는 '관심', 1만 cell/㎖ 이상일 때는 '경계', 100만 cell/㎖ 이상이면 '조류 대발생'으로 3단계로 운영된다.
김현자 부산시 수질관리팀 원수담당은 "폭염이 지속하면서 조류가 증식한 탓도 있지만, 녹조가 심한 중상류인 창녕함안보등에서 녹조 알갱이가 떠내려오면서 수질이 많이 악화됐다"면서 "물길이 돌아나가며 폭이 넓어지는 매리 취수장이 그나마 물금 보다는 사정이 괜찮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녹조가 취수구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설치한 조류 차단막을 재점검했다.
또 조류 증식을 막기 위해 고압수를 뿌리는 살수 시설을 지난달부터 가동 중이다.
남조류 농도를 원격으로 측정하는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녹조류는 첨단정수과정을 거쳐도 100% 걸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폭염으로 인한 심각한 2차 피해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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