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재난 르포] 저수지도 마른다…곳곳 바닥 드러내, 수면 위로 모래톱 불쑥

입력 2018-08-08 15:05
수정 2018-08-08 16:26
[폭염재난 르포] 저수지도 마른다…곳곳 바닥 드러내, 수면 위로 모래톱 불쑥

전국 3천400여개 평균 저수율 58.2%로 '뚝'…최악 전남 48.2% '심각' 단계

비 없는 장기간 끝장 폭염에 점차 낮아져…전남·충남·전북도 긴급 대응



(전국종합=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어비리 이동저수지.

저수량 1천720만t으로, 경기도 3대 저수지 가운데 하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직접 관리한다.

끝장 폭염이 살짝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린 8일 이 저수지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져 있었다.

넓은 저수지 한가운데 수면 위로는 하얀 모래톱이 불쑥 솟아 있고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낸 곳도 보였다.

상류 쪽은 물이 더 많이 빠져 낚시용 방갈로가 물 위가 아닌 모랫바닥 위에 걸쳐 있는 상태였다.

이동저수지 옆에서 매운탕 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물이 빠져 훤히 드러난 모래톱을 가리키며 "물이 많을 때는 식당 앞 가까이 물이 찼는데, 지금은 15m가량 모래가 드러날 정도로 물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저수율 47%다.

그나마 지난해 가뭄 때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다. 작년에는 바닥을 드러내 준설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폭염이 꺾이지 않는 데다 한 달가량 비가 내리지 않으며 저수지 수위가 점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오전 10시인데, 이미 기온은 3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인근 창리저수지도 만수위 때보다 1.5m가량 수위가 내려갔다.

용인 지역의 기흥저수지(57%), 이동저수지(47%), 삼인저수지(58%), 용담저수지(56%)도 수위가 낮다.

용인시 관계자는 "관내 전체 평균 저수율은 75.8%로 괜찮은 편"이라며 "그러나 요즘 논에 물을 대려고 저수지 물을 빼는 시기인 데다 특히 폭염이 계속되고 무강우 기간이 길어지며 점차 수위가 낮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장기간 폭염으로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가 말라가고 있다.

저수율이 급감하며 폭염에 의한 2차 가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밭작물 피해를 우려해 긴급 용수공급에 나서는가 하면 가뭄 피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충남, 전북, 전남 등 남부로 내려가면 심각하다.

충남 예산·당진 곡창지대 용수원인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7일 기준 34.7%까지 떨어졌다.

20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고갈될 수도 있다.

충남도는 밭작물 피해를 우려해 국비 7억원과 지방비 2억원 등 모두 9억원을 도내 시·군에 긴급 지원했다.

저수율이 부족한 도내 농업용 저수지를 중심으로 양수 저류와 간단 관개 급수를 시행하는 등 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북도는 조만간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뭄 주의 단계는 최근 2개월 간 누적강수량이 평년 대비 70% 미만이고, 저수율이 평년의 70∼61% 또는 밭 토양 유효 수분율이 60∼41%인 상황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각종 피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가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나섰다.

전북도는 유례없는 폭염과 무강우가 지속되며 밭 토양 유효 수분율이 이미 밭 가뭄 주의 단계에 해당하고, 최근 2개월 간 누적강수량도 평년의 7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행히 농업용 저수지에 총 4억4천여만t의 물을 확보해 9월까지 용수공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호의 저수율이 24%까지 급감하는 등 일부 지역의 저수량이 20∼30%대에 그쳐 '가뭄 심각 단계'에 돌입했다.

나주시 다도면에 있는 나주호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호수의 절반가량이 말랐고, 물이 남아있는 곳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지난 1일 나주호는 24.7%의 저수율을 기록했고, 2일에는 0.7%의 물이 더 줄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3천400여개의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8.2%다.

전남(48.2%)이 특히 심해 '심각' 단계다.

경기(57.6%)·충남(54.2%)·전북(58.2%)은 '경계' 단계, 충북(63.4%)·경북(66.3%)·경남(63.4%)·제주(69.2%)는 '주의' 단계다.

강원도만 78.3%로 아직 여유가 있다.

행정안전부·농식품부·환경부·기상청의 '8월 가뭄 예·경보안'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66%로 평년(73%)의 90% 수준이다.

논 가뭄은 저수율이 낮은 전남 나주시가 현재 '주의' 단계다.

밭 가뭄은 충북·전남·경북·경남·제주 지역의 9개 시·군에서 '주의' 단계다.

(김인유 박주영 홍인철 박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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