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그래도 설렌다…첫사랑 영화 '너의 결혼식'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세상의 절반은 여자지만, 너는 하나뿐이야."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인데도, 이상하게 '심쿵'해진다. 어디서 보고 들은 듯한 뻔한 스토리지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첫사랑 이야기의 마법이다. 인스턴트 사랑이 넘치는 요즘에 보기 드문 순애보라서 더욱 그렇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너의 결혼식'은 자꾸만 어긋나는 두 남녀의 인연을 그린다. 남자는 10년 넘게 한 여자를 바라보지만, 여자는 늘 자기 곁을 지키는 그가 편안한 친구 같고, 오빠 같고, 공기 같을 뿐이다. 대신에 보는 순간 3초 만에 결정된다는 운명 같은 사랑을 믿는다.
우연(김영광 분)은 고3 전학생 환승희(박보영)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학교에서 싸움박질을 일삼던 그는 승희의 공식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바른 생활을 하기로 한다. 승희 역시 자신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해맑게 웃는 우연이 싫지 않다.
두 사람은 학교도 함께 '땡땡이'치고 떡볶이를 먹으며 데이트를 즐기지만, 거기까지다. 승희는 우연에게 "너는 좋은 아이였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방황 끝에 대학도 포기하고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우연은 모 대학 신입생 모집 리플렛에서 승희 사진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우연은 죽기 살기로 공부해 승희와 같은 대학, 같은 하숙집에 입성한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승희에게는 이미 멋진 남자친구가 있다. 또다시 우연의 암울한 학창시절이 시작된다.
영화는 고교 시절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이 될 때까지 매번 사랑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두 사람을 쫓아간다. 감정 이입이 되는 인물은 우연 쪽이다. 그가 겪는 첫사랑의 설렘부터 짝사랑의 외로움, 실연의 아픔, 그리움 등 사랑의 다양한 감정들이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진다.
물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첫사랑을 그린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본 장면도 꽤 등장한다. 그래도 그런 익숙함을 공감으로 바꾸는 매력이 있다.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에피소드, 유머,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우연은 버스 단말기에서 울리는 "환승입니다" 소리에 환승희를 떠올리고 달려나간다. 우연과 친구들이 나누는 연애, 결혼, 취업에 관한 고민과 대화들도 요즘 젊은이들이 맞장구를 칠만하다. 거듭된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한 뼘씩 성장하는 모습도 두 사람을 응원하게 한다.
두 시간 가까이 폭염을 잊고 마음 편히 웃으며 보는 데이트 무비로 손색이 없다. 제목은 '나의' 결혼식이 아니라 '너의' 결혼식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뻔한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의미다.
동안으로 유명한 박보영(28)과 훤칠한 외모가 돋보이는 김영광(31)이 고등학생 연기까지 대역 없이 소화했다. 둘의 고교생 연기는 초반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성인이 돼 갈수록 안정적으로 바뀐다. 두 배우의 투 샷은 마치 화보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의상들도 마치 팬시용품점에 온 것처럼 볼거리를 준다. '부라더' '범죄도시'를 각색한 이석근 감독 데뷔작이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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