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 강진 덮친 롬복 섬, 곳곳 폐허…여진 공포 시달려

입력 2018-08-07 15:45
[르포] 7.0 강진 덮친 롬복 섬, 곳곳 폐허…여진 공포 시달려

중장비 없어 맨손 구조작업…주민들 "모든 것을 잃었다"

길리 섬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전원 구조…곧 귀국할 듯



(방사르[인도네시아]=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규모 7.0의 강진이 덮친 인도네시아 롬복 섬 북부는 지진 발생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7일 현재까지도 재난이 할퀸 흔적이 역력했다.

최대 피해 지역인 북(北) 롬복에선 건물의 70%가 파손됐다. 재난당국은 섬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전력공급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진앙과 멀지 않은 방사르 항 주변에선 멀쩡한 건물을 찾기 힘들었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 잔해를 치우던 주민 로니(32)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악, 정말 최악이다. 모든 게 파괴됐다. 나는 우리 가족을 구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은 지금껏 겪은 가장 큰 지진이었다. 여기 옆에 무너져 있는 이슬람 사원에는 아직도 이웃들이 갇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을 내 이슬람 사원은 기둥과 벽면이 무너져 완전히 내려앉은 상태였다.

구조작업을 도우려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현지인 남성 하즈미(29)는 "강론을 들으러 사람들이 몰려 있었던 탓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집이 완전히 무너져 텐트에서 생활 중인 로비(40)는 "집도 무너지고 모든 것을 잃었다. 물과 먹을 것도 부족하다. 그나마 가족은 모두 무사해 다행"이라고 한숨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과 경찰을 현지에 파견해 구조를 돕도록 했지만, 중장비가 없어서 거의 맨손으로 작업하는 실정이다.

현지 주민들은 아직도 여진과 쓰나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 50대 주민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약한 진동이 일자 급히 오토바이에 타고 고지대로 대피했다.

롬복 섬 북부 해안에선 언덕 위마다 파란색과 주황색의 텐트가 쳐졌다.

일부 지역에선 주택 수십 채가 모조리 무너져 주인 잃은 가축 한두 마리 외엔 인적을 찾을 수 없는 유령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북롬복 지역으로 가는 길에는 자원봉사자를 태운 차량과 구급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낙석투성이의 이 도로에서는 굽이굽이마다 '지진 피해자를 도웁시다'란 글이 적힌 팻말을 든 현지인들이 지나는 차량을 상대로 모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편, tvN '윤식당' 촬영지로 잘 알려진 길리 트라왕안 섬과 인접한 방사르 항 부두는 섬에 고립됐다가 빠져나온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지진 발생 당시 길리 트라왕안 섬과 이웃 섬들에는 1천200여 명의 관광객이 머물고 있었다. 이 중 70∼80여명은 한국인이었다.

7일 오전 11시께 한국인 관광객 중 마지막으로 섬을 빠져나온 우정인(20·여)씨는 "지진이 났을 때 정말로 죽는 것인가, 살아 돌아갈 수 있는가 생각했다. 여진이 계속 발생해 하루빨리 나가야 하는데 본섬의 가족들을 걱정하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모두 배를 타길 원했기에 차례를 기다리다가 이제야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은 "관광객들이 귀국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가루다 항공을 비롯한 일부 항공사가 증편 운항하기로 해 곧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롬복 섬의 중심도시 마타람은 비교적 피해가 덜했지만, 쇼핑몰이 모두 문을 닫는 등 대형재난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롬복 섬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오후 7시 46분께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98명이 숨지고 236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사망자가 140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대 피해 지역인 북부와 동부 지역에 대한 수색작업이 완료되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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