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 인권"…국가인권계획에 '안전권' 신설(종합)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등 계기…3차 국가인권계획 확정
총수일가 갑질사태·국제기류 반영해 '기업과 인권' 분야 새로 조명
난민 사회통합·처우개선도 수록…"허위난민 심사강화 기조는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이지헌 기자 = 정부가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인권으로 여기고 국가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형제도를 개정 또는 폐지하는 방안도 인권 차원에서 논의된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해 7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NAP는 인권보호와 제도적 실천을 목표로 하는 국가 인권정책의 청사진 격이다. 이번 3차 국가인권계획은 2018∼2022년 정부의 인권 정책에 반영된다.
국가인권계획은 ▲ 모든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는 사회 ▲ 평등한 사회 ▲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 ▲ 정의 실현에 참여하는 사회 ▲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회 ▲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공정한 사회 ▲ 인권의식과 인권문화를 높여가는 사회 ▲ 인권친화적 기업 활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 등 8가지 목표에 따라 272개 정책과제를 담았다.
정부는 이번 국가인권계획에 '안전권'을 신설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제기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시설안전과 안전사고 예방,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체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의 바탕이 되는 인권이 안전권"이라며 "국민이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천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째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는 사형제도 역시 모든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한다는 정책목표를 염두에 두고 개폐를 논의한다. 정부는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정비하고 인신구속제도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기업 활동 역시 인권 친화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조달에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기업의 양성평등 경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소비자 친화적 리콜제도를 운용하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현지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최저임금 합리화와 감독강화'를 과제로 내세우고 세부 항목으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추진'도 포함했다.
황 국장은 "최근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고 기업과 인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근의 국제적 흐름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정책도 수록됐다. 표준대사전에 부정확하거나 불평등하게 풀이된 성 소수자 관련 어휘·표현을 조사해 보완하고,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는 성·종교·인종·문화에 관한 차별적·혐오 발언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도 강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제주 예민인 사태로 이슈화 한 난민 문제에 관한 인권정책 방향도 별도 과제로 담았다.
3차 기본계획은 난민심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난민 신청자 출신국들의 국가 정황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연구조직을 갖추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 개발 및 민간 기구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난민의 사회통합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황 국장은 "기본계획에 수록된 정책과제는 인권 증진을 목표로 한 기본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허위 난민'의 입국을 막기 위한 난민심사 강화 정책은 그대로 추진된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인권과 관련해서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과 삶의 질 증진을 위해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추진한다고 기본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인 지원 분야로는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나 말라리아 등 감염병 예방 지원, 산림 병충해 등 재해 공동대응, 보건의료분야 지원 등이 거론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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