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러시아에 '노비촉 중독' 범죄인 인도 요청할 듯"

입력 2018-08-07 01:59
"영국 정부, 러시아에 '노비촉 중독' 범죄인 인도 요청할 듯"

가디언 "러 GRU 출신 용의자 2명 특정…검찰, 곧 러 정부에 요청"

러시아 거절 확실시…외교관 추가 추방 등 외교 갈등 재점화 전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발생한 '노비촉' 중독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러시아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일간 가디언이 정부 및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야가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어 지난 6월 말 솔즈베리에서 13km 떨어진 에임즈버리의 한 건물에서 영국인 찰리 롤리(45)와 던 스터지스(44) 커플이 노비촉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크리팔 부녀와 찰리 롤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던 스터지스는 치료 중 사망했다.

가디언은 영국 경찰과 정보요원들이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두 명의 러시아인을 특정했으며, 검찰이 이들의 인도를 러시아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아닌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이번 사건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이들 러시아인 용의자들이 노비촉을 스크리팔의 자택 현관문에 바르고 난 뒤 노비촉이 든 향수병을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찰리 롤리와 던 스터지스 커플이 발견하면서 중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사건 연루를 부인해 온 만큼 러시아 정부는 영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단칼에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지난 2006년 발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당시에도 러시아는 영국이 용의자로 지목한 FSB 출신 러시아인 3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거부했다.

전직 FSB 소속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아 영국으로 망명했고, 2006년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4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영국 정부 내부에서는 노비촉 중독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과 이번 요청을 헛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고,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디언은 이번 요청이 영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대립을 재점화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외교관 추방 등의 맞대응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