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입은 여성이 '은행강도'? 존슨 전 영국 외무 발언 논란
텔레그래프 기고문 내용에 포함돼…영국 정부 "공공장소 복장규제 없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보수당 유력 정치인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이슬람 전통 복장인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를 입은 여성을 '은행강도', '우체통'과 같은 단어로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장관은 이날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덴마크가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전통 복장인 부르카와 니캅 등을 금지한 데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덴마크는 지난 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법률을 발효시켰고, 3일 한 쇼핑센터에서 니캅을 착용한 여성에게 1천크로네(한화 약 17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존슨 전 장관은 무슬림(이슬람 교도) 여성들이 입는 부르카와 같은 의복은 "매우 억압적"이며 "여성들에게 얼굴을 가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기괴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존슨 장관은 그러나 영국이 덴마크처럼 이슬람 전통 복장을 포함해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한 규제는 이슬람 종교에 대한 어떤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소위 '문명의 충돌'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놀아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존슨 장관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은행강도', '우체통'과 같은 단어를 동원해 묘사한 점이다.
당장 기고문 내용이 공개되자 존슨 장관의 표현에 대한 큰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당의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은 "거리에서 폭력배들에 의해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가 벗겨지고 있는데 존슨은 그녀들을 '우체통'과 같다고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래미 의원은 평소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자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대 존슨 전 장관을 '파운드 샵(영국의 저렴한 생활용품 잡화점을 의미)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렀다.
래미 의원은 "'파운드 샵 트럼프'가 선거 관련 야망을 위해 이슬람포비아(이슬람 공포증)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덴마크와 같은 공공장소 복장 규제는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를 금지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권위적인 접근은 종교적 관용과 성 평등이라는 영국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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