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가능할까…2015년 선관위안 주목
정동영 "평화당 존재이유"·이정미 "노회찬 사명" 한목소리
민주당은 '국회 합의'·한국당은 '개헌 공조' 전제하며 미온적
문의장 "지금이 적기"라지만…"소수정당 생존전략"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신영 기자 = 여야 간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탓에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20대 국회 후반기에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평화당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고(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유지를 받들어 정치개혁에 사활을 걸겠다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크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국회가 국민 뜻을 정확히 반영하는 이른바 '민심 그대로'의 정치를 위해 유권자의 지지율과 정당이 가져가는 의석수 간 괴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하자는 취지다.
이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율로 정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인이 그에 모자라면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또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선거구 면적을 확대하되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선출해 승자독식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2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원내 300석 안에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2대1로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활동기한 만료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댕긴 것은 평화당 정동영 대표였다.
정 대표는 5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당 존재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면서 "(정부·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떤 것도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튿날인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축하전화를 받고서도 "'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설 테니 대통령도 성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정의당의 기조는 평화당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주일간 고(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 추모 기간을 보낸 이정미 대표는 6일 당무를 재개하면서 "노 원내대표의 평생 사명이었던 정치개혁을 위해 사활을 건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세 번째 원내대표 임기를 시작하면서 여야 4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북미 간에 빅딜을 하는데 왜 국회는 빅딜을 못하고 있나"라며 선거제도를 개편하자고 설득한 바 있다.
정의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각 정당이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에 의원정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인 '민심그대로 정치개혁연대'를 주도해온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조만간 구성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적인 편이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당지지율과 의석수 획득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혁이 20대 국회의 '사명'이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은 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선출된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도 "시대적 과제인 개헌과 '민심그대로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소수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도 정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지도부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 2일 국회방송과의 제헌 70주년 기획 대담에서 "득표율에 따라서 의석수가 정해지는 것은 민주주의 상식과도 같은 원칙"이라며 "거의 합의안이 있고 문제는 결단이다.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이 작고하신 후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국민의 절절한 심정이 늘었다"며 "국민이 원하면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거대 양당이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실제 선거제도 개편의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리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선거제도가 개편될 경우 거대 양당의 원내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적 귀결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미온적 태도를 예상하게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공개한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 "20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가 도입됐다면 국민의당은 81석, 정의당은 22석을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일단 과거 선거제도 개편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당은 최근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전향적인 입장을 통해 선거제도의 대변혁을 이끌어내겠다"고 이례적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야권의 개헌 공조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에도 나설 의사가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다당제를 원하면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소선거구제에서는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에 대해 아직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정하지는 않아 앞으로 당내 논의과정에서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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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내심 구체적인 논의를 서두를 필요성에는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정당지지율이 아직 40%선 위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4월로 예정된 다음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해 정권 재창출까지 도모하기 위해선 소수당의 입지 강화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논의해 국회가 합의하면 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의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평화당 등이 이를 요구하는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제도 개편 요구는 군소정당의 생존전략일 수도 있고, 합당을 비롯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카드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같이 논의할 경우 한국당이 호응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거제도 개편만 보면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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