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운스님 "의혹만으로 총무원장 내쫓아선 안돼"

입력 2018-08-06 18:17
수정 2018-09-29 17:22
밀운스님 "의혹만으로 총무원장 내쫓아선 안돼"

설정스님, 특별담화하려다 취소…"입원중"

교권자주혁신위, 범계자 선출직 출마제한·멸빈제 삭제 추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조계종 앞날은 안갯속이다.

한쪽에서는 의혹만으로 총무원장이 물러나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총무원장 퇴진만으로 종단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승려대회 개최를 추진하며 맞선다.

설정 스님은 6일 퇴진 관련 담화문 발표를 계획했으나, 건강 문제 등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위원장 밀운 스님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스님 의혹에 관한 문제를 철저히 규명하고 있으며 유전자검사가 확정될 때까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종헌종법에 의거해 당선된 총무원장이 여론 재판에 밀려 퇴진한다면 종단 교권이 무너진다"며 "유전자검사에 의한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총무원장직을 잘 보존해야 종단의 권위가 바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설정 스님에게 딸이 있다는 의혹 등을 다룬 MBC 'PD수첩' 방송 이후 설치된 비상기구이다.

종단 자주권 수호위원회, 의혹 규명 및 해소 위원회, 제도 혁신위원회라는 3개 소위원회로 구성돼 일차로 이달 말까지 활동하게 된다.

혁신위원회에서는 범계자는 어떠한 선출직에도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종헌종법의 멸빈(승적 영구 박탈) 제도를 삭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밀운 스님은 전했다.

현재 설정 스님의 친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여성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유전자검사는 실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밀운 스님의 발언은 설정 스님이 종단 내 기구를 통해 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밀운 스님은 "이달 말까지 유전자검사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위원회에서 용퇴를 권유할 수 있다"며 "그 전에 퇴진한다고 해도 위원회는 의혹 규명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밀운 스님은 전날 설정 스님에게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은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총무원장직을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며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특별담화를 하려 했다고 밀운 스님은 전했으나 실제 참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밀운 스님은 "담화는 용퇴 관련된 것이 아닌가 했다"며 "그러나 설정 스님이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해 못 나오셨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의 16일 이전 퇴진 방침이 교구본사주지협의회를 통해 전해졌지만, 그동안 퇴진 일정 등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설정 스님은 최근까지도 숨은 딸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한 데다 이날 밀운 스님이 즉각 퇴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퇴진 번복이나 연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날 조계사 앞에서는 설정 스님을 지지하는 불자들의 모임 등이 퇴진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설정 스님의 퇴진 의사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원장 스님이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밝힌 상황에서 퇴진 의사를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의혹 규명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고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아쉬움은 있겠지만 16일 이전 퇴진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악화해 모처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오는 16일 열릴 중앙종회에서 퇴진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오는 8일 개최 예정이던 원로회의는 22일로 연기됐다.

원로회의가 최종 의결기구인 만큼 중앙종회에서 논의된 안건을 인준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 중앙종회 이후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는 23일에는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이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승려대회준비위원회는 이날 설조 스님 단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종도들의 참정권을 되찾아 승가 본연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 수행보조비를 지급하는 제도개혁을 이루고 사부대중이 고르게 참여하는 불교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비위원회는 일단 조계사 앞마당에서 승려대회 개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약 3천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은 "종권을 두고 다투는 세력 싸움이 아니며 종단 개혁을 통해 청정승가와 불교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종권에 아무 관심이 없으며 대다수 침묵하는 종도들의 열망을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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