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결항' 서해5도 여객선…야간운항 허용 목소리 높아
기상 악화·정비 등으로 나흘에 하루꼴 뱃길 끊겨
해수청 "월선·피랍 위험 줄었지만 야간에는 운항 위험"
<YNAPHOTO path='PYH2010110501340006500_P2.jpg' id='PYH20101105013400065' title='인천지역 짙은 안개로 여객선 운항대기' caption='[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와 인천항을 연결하는 여객선들이 기상 악화로 자주 결항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운항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총 212일) 인천∼백령도(소청·대청도 경유), 인천∼연평도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4척의 결항 일수는 평균 53일에 달한다.
기상 악화와 선박 정비 등의 이유로 나흘에 한 번 꼴로 이들 섬과 육지를 잇는 바닷길이 끊긴 셈이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객선 야간 운항이 금지된 해역이다.
1970년대에는 전국 해역에서 야간 운항이 금지되다가 2007년 해양수산부 훈령 개정으로 모두 허용됐지만, 서해5도는 북한과 가깝기 때문에 제외됐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해군이 오래전부터 운영해오던 '서북도서 선박운항 규정'을 1994년 명문화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인천 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 등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을 운항하는 선박은 주간 운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몰 후 30분이 지나서부터, 다음날 해뜨기 30분 전까지 여객선 운항이 금지된다.
우리 선박에 대한 북한의 테러·피랍·피습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이들 항로상에 어구나 부유물이 들어오면 시야가 극도로 제한된 야간에는 안전 운항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 등 여객 특별수송기간이나 꽃게철에 서해5도에서 잡은 어획물을 제때 수송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야간 운항이 허용되고 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인천∼백령도 항로에서 해군과 해경의 보호 아래 모두 5차례 여객선 야간 운항이 이뤄졌다.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을 가야 하는 백령도의 경우 오전에 심한 안개나 풍랑으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가 오후에 기상 여건이 좋아져도 왕복 운항을 해야 운영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선사 입장에선 결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해5도 주민들은 야간 운항 규제가 풀리면 오후에도 출항할 수 있어 결항 일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해5도가 속한 인천시 옹진군은 서해5도행 여객선이 야간에도 운항하면 주민들의 교통 평등권이 보장되고 백령도,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옹진군은 "야간 운항 장비와 안전시설을 갖추는 조건으로 제한 규정을 풀면 서해5도 주민 불편을 덜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관계 당국에 건의했다.
오전 5시 출항, 오후 11시 입항을 허용하면 오전에 여객선이 출발하지 못해도 오후 1시에 인천항을 떠나 오후 10시 30분께 돌아올 수 있어 결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의 위협 요인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는 분석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인천해수청은 서해5도 여객선의 야간 운항을 여전히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수청 관계자는 "월선이나 피랍 위험에 대한 우려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객선 야간 운항은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해군, 해경과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가능한 탓에 상시 허용이 어렵다"며 "화물선보다 속력이 훨씬 빠른 여객선의 경우 해가 진 이후의 운항이 훨씬 위험해 선사들도 꺼린다"고 말했다.
인천해수청은 선박 운항 통제기관들 사이에 긴밀한 공조로 서해5도 야간 운항을 적절히 허용해 섬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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