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앞당겨진다는데…바닥나면 연금 못 받나
연금공단 "지급 중단 가능성 없다…운영방식 변경 등 통해 재원조달"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애초 예상보다 3∼4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적립기금이 바닥나면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금고갈론에 편승해 현재의 국민연금 의무가입 규정을 없애고 자유롭게 가입·탈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장치를 해체하자는, 사실상 국민연금 폐지론에 가깝다.
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제도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제4차 재정 추계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공식 추계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은 2056∼2057년에 밑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5년 전인 2013년 3차 재정 추계 때 정부는 206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추산했는데, 그때보다 3∼4년 앞당겨진 것이다.
2018년 5월말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634조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런 막대한 기금은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천500조원대까지 커지지만, 이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진 시점에는 300조원대에 가까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연금기금이 소진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과 금리 전망치 등 거시경제 지표가 어두운 게 큰 영향을 준다. 그만큼 미래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절벽'으로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데,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연금수급 기간도 길어지는 현실도 기금 고갈을 앞당기는데 큰 몫을 한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사람은 많아지면서 수지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기금이 바닥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여기에다, 애초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한 점도 기금 고갈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보험료 대비 국민연금 수령액 수준은 후한 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기대여명을 이용한 노령연금 수급기간 전망과 국민연금 수급부담구조 분석' 보고서(한정림 부연구위원)를 보면, 평균소득자가 2017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20년간 내면, 나중에 죽을 때까지 낸 보험료보다 최소 1.9배에서 최대 2.5배를 연금으로 더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 이렇게 쌓아놓은 기금이 없어지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걸까? 이런 의문은 국민연금 불신론이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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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기금 소진으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과 우려가 있지만,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국민연금공단은 잘라 말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운영방식은 적립방식과 부과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거둬서 일정 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과방식은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연금재원을 현재 근로세대한테서 그때그때 보험료로 걷어서 그 보험료 수입으로 노년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오랜 연금역사를 가진 많은 국가가 과거 제도 운영 초기에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상당 수준의 기금을 쌓아뒀지만, 연금제도가 성숙하면서 현재는 적립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 연금 선진국은 지금까지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
적립기금 감소로 재정운영방식을 자연스럽게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우리나라의 연금재정상태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제도시행 30년밖에 되지 않은 초기 단계여서 나가는 돈보다는 들어오는 돈이 많고 적립기금도 많이 쌓여 있는 데다 특히 199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개혁을 단행했기에 재정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의 배수인 '적립 배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국민연금 적립 배율은 28.1배나 된다. 일본(후생연금 3.8배, 국민연금 2.8배), 스웨덴(1배), 미국(3.3배), 캐나다(4.8배)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다 비록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다른 연금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연금 재원을 충분히 조달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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