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짚은 벽 무너져 건물밖 4m 아래 추락…"건물주가 배상"

입력 2018-08-06 11:30
손으로 짚은 벽 무너져 건물밖 4m 아래 추락…"건물주가 배상"

신발 신다 손 짚었더니 '와르르'…하반신 마비

건물주 "사고 층 임차인이 1차 책임" 주장…재판부 "건물주 점유 부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아크릴 벽면을 손으로 짚었다가 4m 아래로 떨어져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여성이 건물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김춘호 부장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가 9억2천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10월 서울 시내에 있는 B씨 건물의 2층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다 계단참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서 앞에 있는 아크릴 벽면을 짚었다.

그 순간 아크릴 벽면이 밖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A씨도 건물 밖 4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하반신 마비 등 장애를 입었다.

A씨는 건물주인 B씨가 추락방지용 안전대 등을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예상할 수 없는 사고까지 대비해 안전대 등을 설치할 의무가 없고, 설령 벽면에 하자가 있다 해도 1차 책임은 건물 2층을 임차해 쓰고 있던 주점 주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건물에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건물 3층엔 추락방지용 안전대가 설치됐지만 2층엔 없었고, 문제의 아크릴 벽면도 단순히 접착제나 나사못으로만 고정돼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하자 책임은 2층을 빌려 쓰던 주점 주인이 아닌 건물주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점 주인이 2층 전체를 임차한 것은 인정되지만, 아크릴 벽면이 설치된 부근의 계단은 점포 밖에 있다"며 "특히 아크릴 벽은 건물 외벽 중 일부라서 주점 운영을 위한 임대목적물이라기보다 B씨의 점유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당시 A씨의 나이와 직업, 기대 수명, 치료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9억2천만원 상당으로 산정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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