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미흡…'가해자 입증책임' 도입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문 대통령 사과 1년' 맞아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기업은 '정부에서 실험이 진행 중이라 사과할 수 없다'고 하고 정부는 피해 환자로 인정만 해놓은 상태고 저희는 그냥 공중에 붕 떠 있는 그런 기분입니다."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아동 부모)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피해 구제에 여전히 소극적이고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 평가 국회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최 부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 이후 폐 질환 판정이 크게 늘고 인정 질환도 조금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는 변화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정부가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 추산 전체 피해자 약 56만 명 중에서 신고자는 1.1%에 불과한 6천40명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구제특별법에 의해 마련된 기업기금 1천250억 원 가운데 지난 1년간 지급액은 약 7%인 92억4천만 원에 불과했다"며 "정부로부터 피해 사실을 공식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주라고 만든 기업기금마저 지급에 소극적이라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부위원장은 그는 "현재 방식은 피해자가 100%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의학·독성학·노출평가 과정의 과학적 한계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며 '가해자 입증 책임'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해당 제품 사용 사실과 건강피해 발생 여부만을 입증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제조판매사가 '의학적 반증'(해당 제품으로 저런 피해가 발생할 수 없다)을 하는 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부위원장은 "전국 규모의 역학조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제도화로 촘촘한 안전사회 그물망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지 않고, 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했을 뿐"이라며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진상규명은 특조위에 위임하더라도, 재난의 관점에서 피해자들을 폭넓게 선(先)지원하고 기업들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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