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천년 선고받은 스페인 테러범 30년 복역 후 출소
21명 사망 바르셀로나 슈퍼마켓 폭탄테러 주범 산티 포트로스
최근 해산 바스크 독립 무장단체 ETA 핵심조직원…유족들 강력 반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무장독립단체 ETA(에타)의 우두머리급 조직원이 교도소에서 30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유족들은 수십 명을 살해한 테러범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만 받고 석방됐다고 항의했다.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 Euskadi Ta Askatasuna)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1987년 체포된 산티아고 아로스피데 사라솔라(60)가 5일 아침(현지시간) 스페인 남서부 살라망카 교도소를 출소했다.
'산티 포트로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1987년 6월 19일 바르셀로나의 한 슈퍼마켓에서 폭탄테러를 저질러 21명의 시민을 살해했다. 이 테러는 ETA 테러 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으로 꼽힌다.
테러 직후 프랑스로 달아난 포트로스는 그해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2000년 스페인으로 송환된 포트로스는 1986년 마드리드에서 경찰관 12명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되는 등 ETA가 벌인 다수의 테러를 기획하고 지시한 장본인으로 지목돼 도합 3천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스페인 법원은 그를 ETA의 무장조직을 사실상 지도하던 우두머리급 조직원으로 판단했다.
포트로스는 그러나 아무리 징역형이 누적되더라도 복역 기간이 30년을 넘을 수 없다는 스페인의 법 규정에 따라 만기를 채운 뒤 이날 아침 출소했다.
야구 모자에 반바지,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교도소를 나선 포트로스는 마중을 나온 가족들과 재회했으나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포트로스의 출소 소식에 ETA의 테러로 가족을 잃은 유족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스페인 테러 희생자 유족을 돕는 미구엘 폴게라 씨는 트위터에서 "희생자들이 아직 무덤에 있는데 유족의 삶은 이런 정의롭지 못한 일들을 보며 산산조각이 났다"고 규탄했다.
유족들은 포트로스가 저지른 죄에 비해 징역 30년이라는 벌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하고 있다.
ETA는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걸쳐있는 바스크지방에 독립된 국가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스페인의 프랑코 철권통치 치하이던 1959년 창설된 뒤 스페인 정부 인사와 시민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2011년 무장해제 선언 때까지 ETA의 테러와 암살로 숨진 정부요인과 경찰, 시민 등 희생자는 총 829명에 이른다.
ETA는 더는 무장독립투쟁 명분이 없다면서 작년 4월 완전무장해제를 선언하고 지난 5월 공식 해산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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